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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천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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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천수만

입력
2009.11.23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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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 때 닿아서 새떼가 공중선회하는 것 본다

어두워졌고

새들, 수만 마리가 한꺼번에 새까맣게 쏟아졌고

하늘 구멍에 둥글게 달빛 찼고

빈 내가 웅크렸다 춥다

갯논 바닥을 허비는 새떼의

발톱과 부리 끝에 달빛 묻어나는,

무너진 서까래 밑같이 어둔 내 가슴 밑바닥에

잿불 일듯 불티 날고

잔 불빛 깔리는 때다

저기서 돋는 불빛이 저기보다 멀다

● 언젠가 산길을 걸어가다가 누군가가 가리키는 대로 죽은 새를 보고 나서야 새의 사생활이 궁금해지기 시작하더군요. 새떼가 아니라 새를 보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어요. 날아가는 기러기를 보면서도 나는 늘 맨 앞에서 날아가는 놈도 아니고, 맨 뒤에서 날아가는 놈도 아닌, 딱 중간쯤에서 날아가는 새의 머릿속이 궁금해요. 나름의 고민 끝에 고른 자리였을까, 아니면 어떻게 하다 보니까 거기를 차지하게 된 걸까? 한 번은 신도시 우리 동네 뒷산에서 뻐꾸기가 울기에 그 녀석의 심사도 궁금했는데, 그건 글쎄 구청에서 설치한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라더군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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