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오르면 주가는 어떻게 될까.
투자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대답할 것이다. 맞다. 지금까지 지구상에 출판된 모든 경제학이나 재무관리 서적에 따르면 금리가 오르면 위험자산인 주식 가치는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이와 다르다. 최근 대신증권이 2000년 이후 환율과 금리, 경기선행지수 등 주요 거시경제 지표와 코스피지수의 관계를 분석했는데, 우리 상식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금리(국고채 3년)와 코스피와의 상관관계가 0.63에 달한 것. 주가가 10% 오르면 금리도 같이 6.3% 가량 오른 셈이다.
이 증권사는 역설적 상황의 원인을 '경기와의 연관성'으로 설명한다. 금리가 경기 흐름과 동조하면서 주가와 같이 움직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금리와 주가라는 '나무'만 따로 떼어 보면 역의 상관관계를 갖지만, 다른 변수가 개입하는 '숲'(경기)의 관점에서 보면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새삼 나무와 숲의 비유를 꺼낸 것은 일반인의 관심이 높은 '공모주 투자'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대부분 투자자는 공모주를 고를 때 해당 종목 분석에만 매달리지만, 높은 수익률을 거두려면 시장을 봐야 한다. '금리-경기'의 역설을 분석한 대신증권이 2008년 이후 증시에 신규 상장한 90개 기업도 점검했는데, 종목의 특성보다는 시장 움직임이 투자 수익률 결정의 핵심 변수였다.
이 증권사는 2008년 이후 2009년 10월까지 22개월을 A기(2008년 1월~5월), B기(2008년 6월~ 10월), C기(2008년 11월~2009년 5월), D기( 2009년 5월~10월)의 4기간으로 나눈 뒤, 공모에 직접 참여한 경우와 상장 이후 투자한 경우로 나눠 주가 추이를 분석했다. 가장 높은 수익률은 급락했던 증시가 평정을 되찾고 회복을 모색하던 C기에 공모에 참여해 1개월간 투자한 경우로 수익률은 80.2%에 달했다. 반면 가장 저조한 실적(-36.4%)은 코스피가 1,800선에서 고공비행을 하던 A기중 상장 시점에 투자한 뒤 6개월 간 보유한 경우다.
공모주 수익률이 크게 출렁이는 것은 공모 가격을 정하는 기관 투자자의 수요예측이 공모 시점의 경쟁기업 주가에 연동하기 때문이다. 즉 공모 가격을 결정할 때 비교 기업 주가가 약세이고 증시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경우라면, 실제보다 공모 가격이 낮게 정해지고 저평가된 부분은 투자자들의 몫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증시가 활황일 때에는 공모 가격이 그만큼 높게 정해지고,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이 챙기는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삼성생명 등 내년에 신규 상장하는 대형 기업에 관심 있는 투자자라면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지혜가 더 필요하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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