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지 '자음과 모음'의 가을호 가격은 오천원이었다. 만원이 훌쩍 넘는 다른 문학 잡지들을 생각한다면 의아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타 잡지의 두 권 분량에 이르는 양이니 어쩌면 인쇄 잘못으로 금액 표시에서 숫자가 하나 빠진 건 아닌가 두 눈을 의심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자음과 모음'의 지난 여름호 가격이 이만원이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이라면 더욱더 그랬을 것이다. 어차피 문학 잡지 판매로는 이익을 낼 수 없으니 그럴 바에야 잡지를 찾는 이들에게 싼값으로 읽히겠다는 것이 발행인의 생각이었고 사실 지난 가을호는 발행 부수 모두가 판매되었다. 어쩌면 무모하거나 개구쟁이처럼 보이는 발행인의 발상에서 문득 우리를 향한 질타 같은 것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출판사 자음과 모음은 우리 문학의 해외 진출에 관심을 가지면서 일본의 유수 출판사들을 방문했고 다양한 잡지 종수와 그 판매량에 놀랐다.
아마도 오타쿠들의 힘이 아니겠느냐고 편집위원인 박성원씨는 말했다. 문학의 위기 논란에 몇몇 작가들은 괜찮다, 이제 마니아들만이 문학을 찾을 것이다, 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들 봤다는 영화는 따돌림 당하지 않으려 덩달아 보고 반짝 인기 있는 것들에 우르르 쏠리는 우리의 현실로는 좀 먼 듯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자음과 모음'의 오천원이라는 가격에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이유이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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