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밝힌 대로 양국이 자동차 문제를 두고 다시 이야기하게 되면 어떤 얘기가 오고갈까. 또 추가 논의를 하게 된다면 어떤 부분에 손을 댈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더 이상 오고 갈 이야기도, 손을 댈 수 있는 여지도 거의 없다. 2007년 협상 때 이미 미국 측의 요구 조건을 대부분 다 들어줬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은 미국의 관세 장벽 2.5%를 없애기 위해 8%의 관세를 철폐하는 것 이외에 특별소비세법까지 개정하기로 했다. 배기량별 세제 기준을 5단계에서 3단계로 단순화한 것으로, 이렇게 되면 대형차 위주의 미국 자동차 업체가 유리해지게 된다.
2,000㏄ 초과 승용차에 대한 특별소비세도 10%에서 3년에 걸쳐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역시 중대형차에 유리한 조항이다.
또 25%에 달하는 픽업트럭의 미국 측 관세는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하는 등 "미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배려했다"는 게 우리 정부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이렇게 계속해서 자동차를 문제 삼는 것일까. 개방이 두렵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미국 측이 '한국이 70만대를 파는 동안 미국은 5,000대 밖에 못 팔았다'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개방에 대한 공포심을 갖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업계의 해석이다.
실제로 한국의 현대ㆍ기아차는 지난 10월에 50%에 가까운 판매 신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재 상황도 나쁘지 않은 만큼 관세 철폐 시기를 더 늦추는 방법도 있다"며 한발 물러설 의향이 있음을 내비치고 있지만, 이는 사실상 재협상이나 다름없으며, 협정문을 고쳐야 하는 문제도 생긴다. 그러나 정부도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는 만큼, 실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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