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올해 최고의 발명품'을 선정하고 있는 미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올해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차세대 달 탐사 로켓 '아레스(Ares)'를 최고의 발명품으로 뽑았다. 10월 말 시험발사에 성공한 아레스는 1972년 아폴로 17호를 마지막으로 중단된 인류의 달 착륙 프로젝트(아폴로 프로젝트)를 2020년에 재개하기 위해 나사가 개발하고 있는 신형 로켓이다.
1960년대의 아폴로 프로젝트가 체제 우위 경쟁의 성격이 강했다면 2020년에 시작될 유인 달 탐사 계획은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통해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달에 유인기지를 건설해 화성탐사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최근 나사가 달에서 상당량의 물을 발견함으로써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나사는 유인 달 탐사에 앞서 달을 10개 구역으로 나누어 탐사하는 국제 달 네트워크(ILN)를 추진하고 있으며, 14개 국가가 함께 참여할 계획이다.
최근 이러한 유인 달 탐사를 비롯해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거대 우주개발 프로젝트들을 국제 공동개발로 진행하려는 시도들이 확대되고 있다. 지구궤도에 건설된 대형 구조물로서 사람이 생활하며 실험과 관측 등 우주개발에 필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 사업과 같은 프로젝트도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11개국, 캐나다, 일본, 브라질 등 16개 국가가 참여하는 대규모 국제협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거대규모의 개발비를 분담하고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기후변화와 지구 온난화 등 범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우주개발은 이제 경쟁이 아닌 협력으로 양상이 바뀌고 있다. 우주 자산을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만 활용할 것이 아니라 전 지구적 차원에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우주 자산을 보유하지 못한 제3세계 국가들이 재난 재해 등 위기에 처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주 선진국들의 국제협력은 필수적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전 세계적으로 자국을 중심으로 활용해오던 지구관측위성 자료를 공동 활용해 기후변화나 자연재해 등 전 지구인의 안녕과 직결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들이 구체화되고 있다.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해당 국가에 영상정보를 제공, 활용하는 프로그램인 인터내셔널 차터(International Charter)'와 유엔의 재난재해 관리 지원 프로그램인 유엔 스파이더(UN SPIDER) 등은 재난 관리와 관련된 국제협력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도 선택과 집중에 의해 효율적인 우주개발을 하기 위해 국제협력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아직 세부 계획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2008년 국제 달 탐사 네트워크 참여의향서에 서명한 바 있고, 아태지역의 효과적 재난 관리를 위한 센티넬 아시아(Sentinel Asia)에 동참하고 있다. 인터내셔널 차터에도 가입할 예정이다.
우주는 인류가 공유하는 미개척 분야이고, 우주개발은 인류 전체의 지혜와 힘을 결집해야 하는 분야다. 국제협력을 통한 우주개발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우주개발에 참여하는 자체가 국제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우주의 효율적 이용과 인류 공동 이익을 위해 국제협력은 한층 확대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만, 중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의 참여로 국제협력과 공동개발 움직임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각 나라가 자국의 상황과 능력에 맞게 국제협력에 동참함으로써 세계 우주산업의 발전과 인류의 평화를 위한 공존의 길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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