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 정남규가 목을 매 숨지면서 교정당국의 부실한 재소자 관리 실태가 또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교정당국은 그 동안 숱한 재소자 자살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사형 기결수의 자살까지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실제 정남규의 자살 과정을 살펴보면 재소자 관리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우선 쓰레기 봉투를 감방 안에 반입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과거 자살한 재소자들이 내의나 수의 등 끈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각종 도구들을 사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닐봉투의 위험성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구치소는 58×75㎝ 크기의 재활용 쓰레기 분리용 비닐봉투를 일반 수용자 여럿이 함께 사용하는 혼거실이나 사형수 등이 생활하는 독거실(독방)에 모두 넣어줬다.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물론 CCTV 설치는 수형자 인권 침해 소지가 있어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이지만 독방의 경우 전향적인 고려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교도관들의 관리도 철저하지 못했다. 교정당국 관계자도 "한 사동(舍棟)에 수감자 70~100명이 있어 근무자가 사동을 한 번 순찰하려면 15분 정도 공백이 생긴다"고 말했다. 충분히 독한 마음을 먹고 실행에 옮길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다.
이 같은 문제점들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돼왔다. 하지만 개선 속도는 느리기만 하다. CCTV 설치 문제는 2004년 안상영 전 부산시장의 자살 때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고, 교도관 숫자 부족으로 인한 관리 공백 역시 오래된 지적 사항이다.
이 같은 문제가 개선되지 않다 보니 2004년 이후 구치소, 교도소 등에서 자살한 수형자는 정남규를 포함해 82명으로 매년 10명이 넘는다. 2006년 법무연수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수형자 10만명당 자살률은 30.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이며 일반 시민의 자살률(26.1명)보다 높다.
법무부는 "유사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사형이 확정된 기결수에 대한 처우 및 수용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CCTV 설치나 교정인력의 증원 등 실질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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