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과세상/ '유럽, 소설에 빠지다' 하나의 유럽 아래 숨쉬는 다른 생각, 삶, 고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과세상/ '유럽, 소설에 빠지다' 하나의 유럽 아래 숨쉬는 다른 생각, 삶, 고민…

입력
2009.11.22 23:41
0 0

잉고 슐체 등 지음ㆍ노선정 등 옮김/민음사 발행ㆍ전2권(264, 288쪽)ㆍ각 권 1만2,000원

유럽은 다양한 종교ㆍ문화ㆍ역사적 배경을 가진 대륙이다. 개별 국가, 개별 문화의 전통은 모자이크 조각처럼 짜맞추어져 '유럽 문화'라는 큰 그림을 그린다. 문학은 어떨까? 유럽의 문학이 세계문학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국내에 소개된 유럽문학은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문학 정도에 그쳤다.

유럽연합(EU) 27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단편을 묶은 <유럽, 소설에 빠지다> 는 이같은 아쉬움을 달래줄 만한 소설집이다. 주한 외교 대사들의 문학모임인 '서울문학회'의 공동설립자이자 2006년부터 이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문학애호가 라르스 바리외 주한 스웨덴 대사가 주도적으로 기획했고, 1년여의 번역작업을 거쳐 책으로 묶었다.

수록된 작가와 작품은 유럽연합 27개국의 주한 대사관 또는 본국의 문학 관련 기관의

추천을 통해 결정됐는데 40대 안팎의 젊은 작가들이 대부분이다. 국내 소개된 작가라면 동독 출신의 독일인이 통독 후 겪는 인생유전을 다룬 작품으로 최근 국내 번역된 <새로운 인생> 의 작가 잉고 슐체(독일), 상처받은 남녀 주인공이 사랑을 통해 그것을 극복한다는 내용의 연애소설을 주로 발표해온 안나 가발다(프랑스) 정도. 지리에 관심이 없다면 지도를 꺼내서야 그 위치를 확인해야 할 에스토니아, 슬로베니아, 리투아니아, 몰타, 키프로스 작가들의 작품이 이 책을 통해 국내 처음 소개된다.

'유럽 도시의 삶'이라는 공통 주제로 묶였지만 소설들은 남녀간의 연애, 이민자의 고단한 삶, 균열되는 가족관계, 공산권 붕괴 후 동유럽인들이 겪는 정신적 혼란 등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변주된다.

오스트리아 작가 블라디미르 니키포로브의 '어느 야간 경비원의 일기'는 서유럽으로 이주한 러시아 이민자가 주인공이다. 그는 구 소련 최초로 파울 첼란에 대해 박사학위 논문을 쓴 지식인이지만 빈의 백화점에서 야간 경비원 일을 하는 처지다. 오스트리아, 터키, 유고슬라비아 등 각국 노동자의 행태를 관찰하고 유럽 내에서 그들의 위계관계를 분석하는 주인공의 눈매는 예리하다. 공산주의 시절 이데올로기 수호의 전위에 서 있다가 자본주의 체제에서 하층 노동자로 전락한 자신과 같은 러시아 이민자들의 모습을 자기모멸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압권이다.

잉고 슐체의 '제우스'는 통독 몇 달 전 난생 처음 이탈리아 여행을 떠난 동독의 한 부부가 겪는 우스꽝스런 에피소드를 담았다. 부부는 서독 여권을 위조해 베니스로 피렌체로 버스여행을 떠나며 처음으로 자유의 공기를 만끽한다. 그러나 여행은 그들이 잘 알고 지내던 제우스라는 산악인이 성당 벽을 기어오르는 소동을 벌인 뒤 이탈리아 경찰에 끌려가며 희극적으로 마무리된다. 체제 변환기 동독인들이 경험해야 했던 자질구레한 일상적 혼란상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냈다.

라르스 바리외 스웨덴 대사는 책 서문을 통해 "유럽의 협력은 민주주의와 인권존중 같은 공동가치에 기초를 두지만, 유럽은 지금과 같은 힘과 활력의 상당부분을 여전히 남아있는 각 문화의 개별성과 차이에서 얻고 있다"며 "유럽연합 소속 국가별로 한 작품씩 모아놓은 이 소설집이 그러한 특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