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대해 "자동차가 문제라면 우리는 다시 이야기할 자세가 돼 있다"고 밝혀 적잖은 파장을 낳고 있다. 청와대는 "미국측의 입장을 한 번 들어볼 수 있다는 '추가 논의'가능성을 열어둔 것일 뿐 재협상이나 추가협상을 시사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으나 한미 정상회담 끝에 나온 발언인 만큼 다양한 해석이 잇따르고 있다.
두 정상이 나눈 얘기를 액면대로 읽으면 자국의 의회와 여론을 설득해 조만간 FTA를 발효시키자는 기존 공감대를 재확인한 수준을 넘지 못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우려는 (중국 일본 등과의) 무역불균형 문제"라며 "의회는 아시아를 한 번에 묶어버리는 관행이 있지만 나는 각국을 따로따로 장ㆍ단점을 평가해 윈윈 상황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그런 맥락이다. 또 "미국 의회는 너무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는데 한미 FTA는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동북아의 전략적 관점에서도 한미동맹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는 이 대통령의 말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 대통령의 발언이 그동안 우리가 굳게 닫아걸었던 추가협상의 빗장을 살짝 푼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웬디 커틀러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지난달 하원 청문회에서 자동차문제에 우려를 제기하며 "기존 협정 위에서 만들어질 패키지 권고안을 갖고 한국과 다시 얘기하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했고, 오바마 대통령도 자동차 문제를 논의할 팀이 이미 구성돼 있다고 소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은 문제는 어떤 수준에서 어떻게 논의를 진전시키느냐로 좁혀진 셈이다. 국제협상의 규범적 차원에서 재협상이나 추가협상은 수용할 수 없다 해도 이익의 균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미세조정이 필요하다면 굳이 피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우리도 자동차에 집착하는 미국의 이해를 잘 이용하면서 서비스나 농업 분야에서 손댈 부분이 있을 것이다. 어떤 경우든 일의 선후를 잘 살피고 논의를 투명하게 진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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