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 확정을 계기로 그간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짓눌러왔던 유동성 위기가 해소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재무적 투자자의 풋백옵션(주식 매도 권리) 행사대금을 제때 갚을 수 있어 그룹이 재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겠지만, 인수자의 재무능력 등을 고려할 때 매각 자체가 삐걱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가 23일 정해지면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에 따른 금호그룹의 유동성 부족 사태가 빠르게 수습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매각을 계기로 풋백옵션 계약을 맺었던 금호산업이 2006년 말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재무적 투자자에게 약속했던 풋백옵션 상환자금(약 4조원) 마련의 큰 고비를 넘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호그룹은 일단 대우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에게 '50%+1주'를 매각할 경우, 3조2,000억원(주당 2만원 기준) 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매각가격이 오를 수 있지만, 시장 가격(주당 1만4,100원)과 경영권 프리미엄(주당 6,000원)을 고려할 때, 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다 금호산업이 올해 9월 금호터미널을 계열사인 대한통운에 파는 방식으로 2,190억원을 확보키로 했고, 지난달에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38.74%)을 2,705억원에 매각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아울러 그간 걸림돌이었던 금호생명 매각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지분(700억원)을 칸서스자산운용에 팔아 추가적으로 자금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또 베트남 호찌민에 9월 준공한 호텔과 아파트 결합 형태의 금호아시아나플라자 건물 지분(49%)을 팔아 1,5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금호산업 소유는 아니지만 대한통운 자회사인 금호렌터카 매각 등을 통해 그룹이 전체적으로 유동성을 보강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유동성 확보 흐름을 고려할 때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풋백옵션 행사대금을 상환기일(내년 6월경)까지 무리 없이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대우건설 매각을 포함한 유동성 확보 프로그램이 톱니바퀴처럼 제대로 맞물릴 수 있을 지 미지수라는 것. 인수 후보자가 모두 펀드라는 점에서 자금 및 경영 능력에 의심의 눈초리가 갈 수밖에 없다.
자칫 '중도 포기'가 나올 수 있는 데다 나머지 유동성 확보 방안도 돈을 손에 쥐기 전까진 안심하기 이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전히 살얼음판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매각에 대해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매수주체의 인수능력이 확실하다면 인수금융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인 만큼, 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이번 매각을 계기로 빠르게 수습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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