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손꼽아 기다려온 월드컵이 오심으로 출전이 무산되거나 불명예스러운 언행으로 얼룩진다면 축구선수에게 이보다 더 억울한 일이 있을까.
아일랜드는 19일(한국시간)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유럽 플레이오프 2차전 프랑스와 경기에서 심판의 명백한 오심으로 월드컵 본선행이 좌절됐다. 프랑스의 티에리 앙리가 핸드볼 반칙으로 결승골을 도운 '신의 손' 사건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아일랜드가 국제축구연맹(FIFA)에 재경기를 요구하고 있지만 FIFA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앙리의 '신의 손'을 계기로 영국 일간지 타임스가 '월드컵 불명예 순간 톱10'을 선정, 시선을 끌고 있다.
월드컵 때마다 회자되고 있는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의 '원조 신의 손' 사건이 단연 첫 번째로 꼽혔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8강 잉글랜드전에서 마라도나는 문전에서 골키퍼와 함께 뛰어오른 뒤 손을 이용해 볼을 맞춰 골까지 성공시켰다. 이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한 아르헨티나는 월드컵 우승까지 차지했다.
1982년 스페인월드컵 서독과 프랑스의 4강전에서도 희대의 오심이 나왔다. 서독 골키퍼 헤라르트 슈마허는 바티스통과 1대1로 맞서는 위기를 팔꿈치와 무릎을 교묘하게 사용해 넘겼다. 주심은 오히려 이가 부러지고 의식을 잃은 바티스통의 파울을 불었다. 만약 주심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면 승부차기 끝에 5-4로 승리했던 서독과 프랑스의 승패가 바뀔 수도 있었다. 슈마허는 이 사건으로 인해 '비열한 슈마허'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녀야 했다.
골 판정을 번복한 사례도 있었다. 1982년 월드컵 조별리그 프랑스와 쿠웨이트전 3-1에서 터진 프랑스의 네 번째 골이 쿠웨이트 파하드 왕자의 항의로 번복됐다. 당시 쿠웨이트 축구협회장이었던 파하드 왕자는 그라운드까지 내려와 "오프사이드 휘슬이 울린 탓에 수비를 멈췄다. 득점은 무효"라고 항의하며 선수들을 철수시키기까지 했다. 이러한 거센 어필로 결국 스토팔 주심은 프랑스의 골을 무효화시키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질렀다.
이외에도 불명예 순간으로 '지네딘 지단의 박치기', '마리오 데이비드의 쿵푸킥', '안드레스 에스코바르의 자살골 후 피살'등이 거론됐다.
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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