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한 외국인들의 인터넷 이용을 안내하기 위해 최근 개설한 홈페이지가 엉터리 영어로 외국인들에게 비웃음을 사고 있다. 그마저도 19일 현재 작동되지 않고 있으며 이 같은 내용이 트위터를 타고 전파돼 국제적 망신거리가 되고 있다.
정부가 톡톡히 망신을 당한 사이트는 16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개설한 '재한 외국인 인터넷 본인확인 안내 홈페이지'(www.ifriendly.kr). 이 사이트는 국내에 머무는 110만명의 외국인들이 외국인 등록번호나 여권번호를 이용,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하는 방법을 안내하기 위해 우리말,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 국어로 개설됐다.
그러나 영어 사이트의 경우 수준 이하의 영어로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핵심 내용인 '본인 확인'(identify person acknowledgement)을 여러 군데서 'identify'대신 'identical'로 표기해 외국인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identical'은 똑같은 혹은 일란성 쌍둥이라는 의미, 'identify'는 확인하다, 식별하다는 뜻이다.
유명 블로그 '브라이언 인 전라남도' (http://briandeutsch.blogspot.com/2009/11/what-was-wrong-with-ifriendlykr.html)를 운영하는 전남 여수의 원어민 영어 강사 브라이언은 자신의 블로그에 'ifriendly.kr의 잘못된 점은 무엇인가'라는 글을 올리고 "ifriendly.kr 사이트를 방문했으나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며 "다른 외국인들조차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내용이 블로그와 트위터를 통해 인터넷에 퍼지면서 ifriendly.kr 사이트는 졸지에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일부 외국인들은 댓글 등을 통해 '바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대놓고 조롱했다.
또 외국인들은 ifriendly.kr 사이트가 인터넷 접속 소프트웨어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E)만 지원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IE' 외에 '파이어폭스' '사파리' '크롬' 등 다양한 제품을 사용하는 외국인들은 해당 사이트의 내용을 볼 수 없거나 일부 기능을 작동할 수 없다.
방통위는 뒤늦게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하고 19일 서둘러 ifriendly.kr 영문 사이트를 잠정 폐쇄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영어 문장이 잘못된 것을 발견하고 수정하기 위해 임시로 막았다"며 "사이트 개설과 운영을 맡은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KAIT)에서 금주 중 수정 작업을 마치고 다시 가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통위와 KAIT는 문제의 발단을 외주 업체에 돌리고 있다. KAIT 관계자는 "홈페이지 제작을 맡은 업체에서 제대로 번역 작업을 하지 못해 빚어진 일"이라며 "최고 번역가를 기용해 완벽하게 고치고, 사파리와 크롬 등 다른 인터넷 접속 소프트웨어도 추후 지원하도록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방통위와 KAIT는 국가 이름을 걸고 만든 사이트에 대해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