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렸을 땐 제 자식이 아닌데도 꾸중을 하는 어른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간혹 억울했을 만도 한데 그 누구 하나 그 어른에게 대들거나 눈을 부라리지 않았다. 그 누구라도 그 순간만큼은 공손해졌다. 그런 풍경이 사라진 지 오래다. 내게도 중고등학교 시절이 있었음에도 왠지 그 학생들이 두렵다.
깊은 밤 놀이터에 나갔다가 어둠 속에서 담배를 피우며 욕설을 내뱉는 중학교 여학생들을 보고도 "집에 가라" 한 마디 못했다. 건장한 남자들도 그런가보다. 특히 떼를 지어 선 남학생들 앞을 지날 땐 신경이 쓰인다는 것이다. 괜히 도화선에 불똥이라도 튈까 서둘러 지난다고 했다. 그런데 어제 버스 안에서 학생들에게 불호령을 내리는 용기있는 어른을 다 보았다.
나란히 앉은 그 남학생들은 내가 버스에 탈 때부터 통화중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안중에 없다는 듯 큰 소리로 얼굴이 찌푸려질 만한 대화를 이어갔다. "야! 너희 둘 조용히 못 햇!" 어른들로부터 그런 호통을 들어본 적 없는 학생들은 그 말이 자신들에게 한 말이라는 것도 알지 못했다. 다시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 버스의 운전기사분이었다. 학생들이 움찔했다. 대체 어떤 녀석들일까. 내릴 때쯤에야 슬쩍 그애들을 보았다. 기껏해야 우리 큰애보다 두어 살 많을, 그런데도 그 중 하나와 눈이 마주쳤을 땐 옴마야, 얼굴을 획 돌리고 말았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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