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택 지음/문학과지성사 발행ㆍ153쪽ㆍ7,000원
'오래 살던 곳을 되짚는 일이란/ 잠든 망각을 그리움으로 완성시키는 것/ 현재의 자신과 과거의 자신이 싸우며 나지막하게 떠는 것'('저수지에 바친 시'에서)
전작 시집 <카프카와 만나는 잠의 노래> (2004)에서 시간에 대한 저항의지를 표명했던 시인 박주택(50)씨. 5년 만의 새 시집 <시간의 동공> 에서 그는 시간의 흐름을 관찰한다. 관찰의 거점은 시집 제목이 상징하듯 눈(眼)이다. 시간의> 카프카와>
시인의 눈은 '문을 닫은 지 오랜 상점'('폐점')을 보거나 '빈 들에 서서 서서히 가라앉는 것'('가을 말 사전')들을 관찰한다. 공간을 관찰하는 그의 눈은 시간마저 정지태로 만든다. 그리고 그 시간의 결을 뒤섞어 시간의 외부에서 생을 들여다본다. 눈이 내리는 저녁 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을 바라보면 고통스러웠던 생의 어떤 순간이 만화경처럼 떠오른다.
'불멸의 탓, 눈동자 속의 허기진 날개 탓/ 이쯤해서 저지른 광기와 수치를 고백하련다'('저녁 눈'). 소나무 우거진 헌릉의 계단에 올라 한 점 티끌 없는 하늘을 바라보던 그에게, 세월은 뒤섞이고 과거 젊은 시절의 부모님을 만난다. '어머니 자욱이 뿌리를 뻗어 풍경들을 바라보신다/ 꽃과 나무 사이 긁힌 정적의 모퉁이를 도는/ 아버지 그림자 바라보신다'('헌인릉 가서')
박씨는 "우리는 시간의 한계 속에서 살아가지만 시인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 의식과 무의식, 삶과 죽음을 가로지르는 초월적인 시간을 인식하는 존재"라며 "세월의 힘이 열정이나 청춘의 힘을 관용과 용서로 바꾸어놓는 것처럼, 사물이나 시간과 맞서던 나도 '대적하는 일' 너머의 무엇인가를 의식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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