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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권 실세가 떠야 해결되는 장기 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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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권 실세가 떠야 해결되는 장기 민원

입력
2009.11.22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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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비행장 주변 비행안전구역의 고도제한을 완화해 달라는 집단 민원이 비행장 개항 48년 만에 해소됐다.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가 가능해졌고, 속초~주문진 동해고속도로 사업 등에서 수백 억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거두게 됐다. 주민 숙원 해소는 군의 태도 변화로 가능했다. 군은 줄곧 항공기 운항에 지장을 받는다며 고도 제한 완화를 반대해오다 이번에 주민 재산권 행사와 지역 발전을 위해 작전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양보를 했다고 한다. 만시지탄이지만 국민의 군대로서 당연하고도 적절한 조치다.

그러나 군의 태도 변화가 자발적 의지에 따른 것인지는 의문이다. 그제 양양군청에서 현장조정회의를 열어 민ㆍ관ㆍ군의 이해를 조정한 주역은 정권 실세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었다. 그 자리엔 국방부 차관과 군 장성, 국토해양부 관계자와 주민 대표 등이 참석했다. 현 정권의 중도 실용 및 서민 중시 정책을 실현한다며 매일 현장 방문을 하고 있는 실세 위원장이 아니었다면 고위 관리와 군 장성들을 한 자리에 모으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또 수십 차례에 걸친 지역 주민들의 민원 제기에 눈도 꿈쩍 않던 군이 선뜻 고도제한 완화에 동의하리라 기대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정권 실세의 출현이 집단 민원의 해결 여부를 좌우한다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력과 자율성은 의미를 잃게 된다. 전국에는 공직자들의 경직된 사고와 복지부동 때문에 원성이 높아가는 집단 민원들이 산재한다. 그런 현장을 정권 실세가 일일이 챙기고 해결사 역을 자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집단 민원 해결에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 정권 실세에게 잘 보이거나 밉보이지 않으려고 허겁지겁 해결책을 내놓거나, 민원인들이 힘있는 사람만 찾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집단 민원은 해당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들이 유연한 사고와 열린 자세로 민원인들의 입장을 듣고 그들을 설득해 타협점을 찾는 것이 최선이다. 아울러 실세라면 행정력이 국민을 위해 작동하도록 공직 사회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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