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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어디로/ 기업들 물밑계산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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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어디로/ 기업들 물밑계산 분주

입력
2009.11.22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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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세종시로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내 걸고 '세종시 세일즈'에 나서면서 기업들이 정중동(靜中動(정중동)에 들어갔다. 겉으로는 기업 유치 조건이 확정된 후에야 투자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일부 기업들은 이미 어떤 인센티브가 나올 지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주판알을 튕겨보기 시작했다.

공식적으로는 세종시 투자를 결정한 기업은 아직 단 한곳도 없다. 삼성, 현대ㆍ기아차, SK, LG 등이 모두 세종시 투자를 공식으로 제의받은 적도, 검토한 적도 없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는 상태다. 사실 기업들은 정부의 최근 '토끼몰이식 기업 유치전'에 내심 곤혹스런 표정이다.

A사 관계자는 "기업의 투자는 적어도 30년은 내다보고 결정하는 것"이라며 "정권이 바뀌면 또 어떻게 변할 지 모르는 세종시에 기업들이 선뜻 투자를 결정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B사 관계자도 "업종의 특성상 세종시와 관련 지을 게 전혀 없다"며 "갑자기 행정 부처를 내려 보낼 순 없으니 기업보고 대신 내려가라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정부가 다양한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겠다고 운을 띄우고 있지만 기업들로서는 이마저도 부담이다.

C사 관계자는 "과도한 인센티브를 받고 투자를 결정할 경우 결국 특혜 시비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며 "인센티브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경련 회장단도 17일 정운찬 국무총리와의 회동에서"세종시에 지나치게 많은 지원이 집중돼 다른 곳에서 불만이 생기지 않도록 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그러나 기업에 따라선 미묘한 기류의 변화가 감지되는 곳도 없지 않다. "전혀 검토한 적이 없다"던 기업들도 "제안이 오면 검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분위기가 다소 바뀌었다. 특히 전경련은 정부의 세종시 수정 구상과 관련, 주요 기업들을 상대로 의견조사를 하기로 해 주목된다.

전경련 관계자는 22일 "이 사안을 놓고 기업들의 의견을 물어본 적이 없다"며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초적인 의견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사 대상과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정 총리와 전경련 회장단 회동 이후 재계 분위기가 다소 바뀌는 것 아이냐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 세종시가 자족도시로 자리잡고 기업들도 돈을 벌 수 있다면 투자하지 말라 해도 투자에 나설 것"이라며 "그러나 세종시와 관련된 여러 불확실성이 먼저 제거돼야 기업들도 세종시로 달려갈 수 있다"고 밝혔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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