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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빚'에 짓눌린 한국/ 美·英은 상환능력 개선… 나홀로 逆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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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빚'에 짓눌린 한국/ 美·英은 상환능력 개선… 나홀로 逆주행

입력
2009.11.22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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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가계의 빚 갚은 능력(부채상환능력)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미국 영국 등 다른 나라들은 가계부채상환능력이 개선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19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 에 따르면 개인의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6월말 현재 1.43배로 추정돼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신이 쓸 수 있는 돈의 1.43배에 달하는 빚을 지고 있다는 뜻으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개인의 부채상환능력은 떨어진다.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비율은 2002~2005년 말까지는 1.1~1.2배 가량을 유지했으나 2006년 1.29배→2007년 1.36배→2008년 1.40배로 꾸준히 상승해왔다. 부동산가격 급등과정에서 개인들이 무리하게 주택담보대출을 빌린 결과다.

반면 미국은 2002년 1.08배였던 이 비율이 2007년 1.36배까지 올라갔으나 지난해에는 1.29배로 낮아졌고 올해 6월 현재 1.27배로 꾸준히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영국도 2007년 1.72배까지 올라갔던 비율이 지난해 말 1.68배, 올해 5월에는 1.67배(추정)로 떨어졌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선진국들은 부채비율이 떨어진 데 반해 유독 우리나라만 올라가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미국 영국 등은 주택버블붕괴에 따른 금융위기로 개인들이 적극적으로 빚을 줄여나가는 '부채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우리나라 가계는 오히려 빚을 늘리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금융위기 와중에도 지속적으로 증가, 6월 말 현재 818조4,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고용과 임금 사정 악화로 가처분소득 자체가 감소한 영향도 컸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가계대출의 가산금리가 높아진 데다 주택가격 상승 압력도 여전해 앞으로도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현금흐름이 나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가계의 소득여건도 빠른 속도로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이 낮고 신용등급이 높은 사람에 대한 대출 비중이 높아, 과거 신용카드 사태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는 달리 대규모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겠지만 과도한 가계부채는 소비심리를 더욱 냉각시켜 경기회복에 결정적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한은은 신용보증 등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조치가 올해 말 종료할 예정이어서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신용위험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총 차입금의 59%가 단기 차입금"이라면서 "금융권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대출이 대규모로 발생할 수 있으므로 부실채권을 신속히 매각ㆍ상각해 자산건전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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