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축구계를 사로잡았던 '히딩크 매직'이 슬로베니아에서 멈췄다.
거스 히딩크(63)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축구대표팀은 '원정 다득점'과 '수적 열세'로 남아공행 티켓을 따내는 데 실패했다. 러시아는 19일(한국시간) 슬로베니아와 2010년 남아공월드컵 유럽 플레이오프 2차전 원정경기에서 0-1로 패했다. 1차전 홈경기를 2-1로 이긴 러시아는 최종 합계에서 골득실까지 동률을 이뤘지만 원정 다득점에서 밀려 눈물을 흘렸다.
특히 이날 러시아는 전반 44분 즐라트코 데디치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조급함에 서두르다 후반 21분과 종료 직전 2명이 퇴장을 당해 추격에 실패했다. 이로써 4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을 노렸던 '히딩크 매직'은 남아공 문턱에서 좌절됐다.
세계적인 명장 히딩크 감독의 '히딩크 매직'은 94년 '오렌지군단'인 네덜란드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시작됐다. 그는 96년 유럽축구선수권 8강에 이어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준결승까지 끌어올리는 쾌거를 일궜다. 하지만 시작에 불과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4강 신화'를 이뤄냈다.
강도 높은 체력 훈련과 특유의 카리스마는 호주 대표팀과 러시아 대표팀에서도 유감 없이 발휘됐다. '사커루' 호주를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진출시킨 그는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호주의 사상 첫 16강 진출을 이끌어냈다. 러시아 지휘봉을 잡은 2008년에도 '히딩크 매직'은 빛을 발휘했다. 히딩크 감독은 침체에 빠진 러시아를 유로 2008 4강에 진출시킨 것이다.
하지만 본선 진출국 중 히딩크 감독의 '승부사 기질'을 활용하려는 대표팀이 나타날 경우 남아공에서 '히딩크 특유의 어퍼컷 세리머니'를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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