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한국 현대사 고비고비마다 서울과 워싱턴을 잇는 외교라인 역시 분주하고 뜨거웠다. <대사들의 비망록-대사들의 눈을 통해 본 한미관계> 는 그 현장을 지켜보며 한미관계를 조율했던 양국의 전직 대사 11명이 쓴 영문 회고록이다. 3월 워싱턴 소재 한미경제연구소(KEI)가 발간한 이 회고록은 우여곡절을 거듭해온 한미관계의 이면사이기도 하다. 제임스 릴리, 도널드 그레그, 제임스 레이니, 스티븐 보즈워스, 토마스 허바드, 알렉산더 버시바우 등 6명의 전 주한 미대사와 현홍주 이홍구 한승주 박건우 양성철 등 5명의 전 주미 한국대사가 집필에 참여했다. 대사들의>
■ 이 회고록을 새삼 주목하는 것은 내달 8일 평양을 방문하는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 때문이다. 그의 주한 미 대사 재임기간은 1997~2001년.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던 때다. 그는 DJ의 대북정책을 이해하고 적극 지지했지만 북한 다루기의 어려움도 잘 알았던 것 같다. "북한을 다루기가 한 번도 쉬웠던 적이 없다"고 <대사들의 비망록> 에서 토로한 데서 잘 드러난다. 그는 특별대표로 임명된 뒤에도 "내가 하는 일에 어떠한 환상도 갖고 있지 않다. 북한문제가 매우 힘든 임무인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사들의>
■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필리핀, 튀니지 대사를 역임했다. 주한 미 대사로 부임하기 전 1995년부터 2년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총장을 맡았다. 북미 제네바 합의에 따른 대북 경수로 제공 사업의 실무를 지휘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북핵 문제와 매우 질긴 인연을 갖고 있다고 하겠다.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임명됐을 때 미국 안팎에서 "탁월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 이유였다. 한국 근무 당시 순두부, 두부김치, 비빔밥 등을 즐겼고 한국 사회와 문화에 이해가 깊은 대표적 지한파 인사이기도 하다.
■ 대북 특사로서 그의 위상은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의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그제 한미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그의 구체적 방북 일정을 발표함으로써 큰 힘을 실어준 셈이 됐다. 그의 방북을 고대해온 김정일 정권 입장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향후 북핵 문제 전개와 한반도 정세는 그의 어깨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간 쌓아온 북한 정권 및 한반도 정세에 대한 경험과 이해를 십분 발휘해 북핵 문제 해결에 획기적인 돌파구를 꼭 마련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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