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부녀자 등 13명을 살해하고 20명에게 중상을 입힌 사형수 정남규가 서울구치소 독방에서 자살을 시도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어제 숨졌다. 인륜을 저버리고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사형수의 자살인 만큼 동정이나 연민의 여지는 크지 않다. 그러나 사형 확정 후 32개월째 4.0㎡(1.2평) 크기 독방에서 생활하며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였던 정남규를 제대로 감시했다면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부실한 교도 행정에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구치소ㆍ교도소 등 교정시설 내 자살은 증가 추세다. 법무부에 따르면 2003년 5명이던 교정시설 내 자살자 수는 2004년 12명, 2005년 16명으로 늘어났다. 이후 지난해까지 해마다 16~17명이 자살했다. 우리나라 수형자 10만명 당 자살자는 일반인(26.1명)보다 많은 30.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경제 규모에 걸맞지 않게 뒷걸음질치고 있는 교도 행정의 수준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법무부는 2004년 안상영 부산시장이 부산구치소에서 자살하자 재소자 자살 방지 대책을 수립ㆍ운영해 왔다. 자살 위험이 높은 재소자를 가려내 치료를 받도록 하고, 재소자의 자살 도구 접근을 차단하며,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것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재소자 자살이 증가한 것은 일선 교정시설 근무자들의 안일하고도 무신경한 근무 자세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정남규를 비롯한 교정시설 내 자살자들은 대부분 비닐봉지, 손목붕대, 빨랫줄, 수형복 등 감방에 공급되는 물품을 자살 도구로 썼다. 자살 가능성이 높은 재소자 주변의 자살 위험 인자를 철저히 제거하고, 24시간 밀착 감시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는다면 재소자 자살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재소자들에 대한 심리ㆍ상담 치료를 강화해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중보건의 제도를 활용해 정신과 전문의를 상주시켜 치료를 맡게 하거나 군종(軍宗)처럼 상주 종교인을 두어 심리적 안정을 찾도록 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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