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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다윈 평전' 그에게도 고통이었던 '진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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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다윈 평전' 그에게도 고통이었던 '진화론'

입력
2009.11.22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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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드리언 데스먼드 등 지음ㆍ김명주 옮김/뿌리와이파리 발행ㆍ1,352쪽ㆍ5만원

"이것은 살인을 고백하는 것과 같습니다."

찰스 다윈은 식물학자인 친구 조지프 달턴 후커에게 1844년 쓴 편지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종의 기원> 의 개요를 고민하던 그는 편지에서 종의 변형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살인'에 비유했다. 진화론에 대한 고민이 그만큼 깊었던 것이다.

사실 그는 비밀공책에 진화론을 적어두고도 20년이나 묵혔으며 과학계의 주류를 피해 시골에서 칩거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종이 영구적으로 불변하지는 않는다' '인간의 창조자는 신이 아니다'는 다윈의 생각은 그가 의도했든 안 했든 영국 국교회의 근간을 흔들고 자신이 속한 학계를 위협할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초래할 사회적 혼란과 자신의 사회적 지위 및 풍족한 유산에 대한 걱정이 함께 밀려왔고, 내적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 다윈은 편두통과 구토에 시달렸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진화론을 포기하지 않았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연구를 계속했다. <다윈 평전> 이 그리는 다윈은 그래서 '고뇌하는 진화론자'다.

저자인 에이드리언 데스먼드 런던 유니버시티칼리지 명예연구교수와 제임스 무어 박사는 방대한 분량의 이 책을 쓰면서 다윈의 '사회적 초상'을 그리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들의 의도대로 책은 아내 에마 웨지우드와의 결혼, 큰 딸 애니의 죽음 등 다윈 개인의 이야기와, 영국을 지배한 국교회와 급진적인 비국교회의 갈등 등 당시의 사회상을 유기적으로 보여준다. 다윈이 남긴 일기, 연구노트, 초고, 편지 등의 자료가 그 바탕이 됐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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