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드리언 데스먼드 등 지음ㆍ김명주 옮김/뿌리와이파리 발행ㆍ1,352쪽ㆍ5만원
"이것은 살인을 고백하는 것과 같습니다."
찰스 다윈은 식물학자인 친구 조지프 달턴 후커에게 1844년 쓴 편지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종의 기원> 의 개요를 고민하던 그는 편지에서 종의 변형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살인'에 비유했다. 진화론에 대한 고민이 그만큼 깊었던 것이다. 종의>
사실 그는 비밀공책에 진화론을 적어두고도 20년이나 묵혔으며 과학계의 주류를 피해 시골에서 칩거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종이 영구적으로 불변하지는 않는다' '인간의 창조자는 신이 아니다'는 다윈의 생각은 그가 의도했든 안 했든 영국 국교회의 근간을 흔들고 자신이 속한 학계를 위협할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초래할 사회적 혼란과 자신의 사회적 지위 및 풍족한 유산에 대한 걱정이 함께 밀려왔고, 내적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 다윈은 편두통과 구토에 시달렸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진화론을 포기하지 않았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연구를 계속했다. <다윈 평전> 이 그리는 다윈은 그래서 '고뇌하는 진화론자'다. 다윈>
저자인 에이드리언 데스먼드 런던 유니버시티칼리지 명예연구교수와 제임스 무어 박사는 방대한 분량의 이 책을 쓰면서 다윈의 '사회적 초상'을 그리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들의 의도대로 책은 아내 에마 웨지우드와의 결혼, 큰 딸 애니의 죽음 등 다윈 개인의 이야기와, 영국을 지배한 국교회와 급진적인 비국교회의 갈등 등 당시의 사회상을 유기적으로 보여준다. 다윈이 남긴 일기, 연구노트, 초고, 편지 등의 자료가 그 바탕이 됐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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