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발언, 오바마의 美 의회 설득용 분석도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자동차 부문이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정부 당국자들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19일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한국과 미국의 자동차 협상에 문제가 있으면 다시 얘기할 자세가 돼 있다")은 그냥 가벼이 흘려 듣기엔 파괴력이 만만치 않다.
오바마 대통령의 미 의회 설득 독려 차원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보완책을 마련하는 쪽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추가 협상'이 될지, '추가 논의'가 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그동안 표면적으로 문제 삼아 온 대목은 '한국의 과도한 자동차 수입 규제'. 하지만 이미 미국측 요구는 대부분 들어준 만큼 실제 미국 측에 특별히 불리한 규제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 측이 한ㆍ미 FTA 협정의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는지, 어떤 부분의 수정이 필요한지 아직까지 구체적인 개선안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의 반발은 가격, 디자인, 성능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앞서고 있는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종합적인 '견제'라고 보는 것이 옳다. 문제는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의 비중을 감안할 때 미국 의회로선 자동차 업계의 아우성을 외면하기 어려운 처지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ㆍ미 FTA 비준 동의안이 올 4월 상임위를 통과해 본회의 상정을 앞둔 반면, 미국은 '자동차'에 막혀 2007년 9월 협상 타결 이후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하는 이유다.
물론 추가적인 논의가 그리 간단치만은 않아 보인다. 설사 우리 정부가 백 번 양보해 미국측 요구를 들어주려 한다고 해도 그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미 우리나라의 경우 국회 상임위에서 한ㆍ미 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킨 상태. 추가 협상을 통해 협정문을 수정하거나 부속서를 수정하는 경우에도 국회 재논의가 필요한 만큼 시간을 되돌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가 양보를 하더라도 최혜국대우에 따라 혜택은 미국으로 한정되지 않는다"며 "미국산 차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관심이 시큰둥한 만큼 추가 조치로 혜택을 보는 나라는 미국이라기보다 오히려 유럽, 일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더구나 자동차 분야에 손을 댄다면 그 파급이 다른 분야로도 번질 가능성이 높다. 협정문이 수 차례 협상을 거쳐 양국의 균형된 이익을 맞춘 것이기 때문.
자동차에서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농업 등 다른 분야에서 이익을 챙겨야 한다는 여론이 드높아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양보를 하면 다른 분야에서도 추가ㆍ재협상 요구가 봇물을 이룰 것이기 때문에 그 동안 양측이 공을 들인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찌됐든 이 대통령이 먼저 미국측에 먼저 손을 내밂에 따라 한ㆍ미 FTA는 새로운 실마리를 찾을 공산이 커졌다. 자동차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한ㆍ미 FTA의 진전이 있을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
한편으론,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우리는 한ㆍ미 FTA의 최대 걸림돌인 자동차 문제를 논의할 의사가 있으니 미국 의회를 설득해달라"고 오바마 대통령을 독려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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