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순항하게 될까. 19일 KBS 차기 사장 최종 후보로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회장이 선정되면서 KBS의 앞날에 언론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방송특보, 당선인 언론보좌역을 지낸 김 후보가 대통령의 강력한 신임을 업고 수신료 현실화, 공영방송 위상 확립 등 KBS의 산적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정치 독립적 사장' 선임을 요구해온 KBS 노조와 PD협회, 기자협회 등 내부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정권 교체에 이은 신임 사장 선임 때마다 내홍을 겪었던 KBS가 다시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도 크다.
김 후보는 이날 "KBS 이사회의 결정에 깊이 감사드리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아직 임명장을 받기 전이라 조심스럽지만, 공영방송의 정체성 확립, 곧 상업방송과 분명히 차별화되는 확실한 공영방송을 만들기 위해 온몸을 바칠 각오가 돼있다는 것만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재수 끝에 선정, 낙하산 논란 가열될 듯
김 후보는 1973년 KBS 공채 1기 기자 출신의 정통 KBS맨이다. 정치부장, 뉴욕지부장, 워싱턴특파원, 해설위원, 취재주간, 보도국장, 뉴미디어본부장 등 30여년간 취재 현장과 주요 보직을 거쳤다. 그는 재직시 보여준 업무추진력과 선후배로부터의 두터운 신망으로 지난해 8월 KBS 사장 공모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코드 인사' 논란이 일자 중도 포기하고 KBS를 떠났다. 이후 고려대 언론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했고, 지난해 10월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초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재차 도전 끝에 최종 사장 후보로 선정됐지만, 신임 사장 공모 과정에서부터 '낙하산' 반대를 외쳐온 KBS 노조와 PD협회, 사원행동 등은 '김인규 불가' 입장을 밝히고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해 왔다.
KBS 노조는 이날 "MB특보인 김인규 후보가 최종 후보로 선정된 것은 정부가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음모"라며 "내주부터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PD협회와 KBS 사원행동도 "낙하산 사장은 인정할 수 없다"며 노조와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 같은 반발을 어떻게 봉합할지가 김 후보의 가장 큰 숙제인 셈이다.
수신료 현실화, 공영방송 정체성 확립 등 난제 산적
김 후보에게는 KBS 수장이라는 영광에 앞서 산적한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 우선 미디어법 시행에 따른 공영방송의 정체성 확보 문제. 내년부터 지상파에서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 대행) 제도가 시행되면, 시청률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수밖에 없어 KBS가 방송의 공공성을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나라당은 '공영방송법'(가칭)을 통해 KBS와 EBS를 하나의 공영방송으로 묶는 개혁 방안을 검토 중이다.
KBS의 오랜 숙원인, 수신료 현실화를 통한 재원의 안정적 확보 문제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KBS는 당초 올해 내에 1981년 이후 2,500원에 묶여 있는 수신료를 4,500∼4,800원으로 인상해 전체 수입의 40%가 넘는 광고 비중을 20%로 줄이는 방안 등을 검토해 왔다.
그러나 "수신료 인상에 앞서 방만한 경영을 타파하고 구조조정 등 내부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안팎의 비판에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김 후보의 강력한 경쟁자로 예상됐던 이병순 현 사장이 투표 결과 단 1표를 얻는 데 그친 것과 관련, 한 방송 관계자는 "이 사장이 올해 3년 만에 79억원의 흑자를 내는 등 성과를 거뒀지만 조합원들의 76.9%가 연임을 반대하고 나선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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