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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두 여인 '닮은꼴 실종'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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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두 여인 '닮은꼴 실종' 미스터리

입력
2009.11.22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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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여성이 잘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어학연수를 간다며 집을 나섰다. 수개월 뒤 연락이 끊겼다. 알고 보니 어학연수는 사실이 아니었다. 같은 지역에 사는 또 다른 여성이 역시 어학연수를 핑계로 홀연히 사라졌다.

둘은 아는 사이였다. 수년 째 행방이 묘연한 두 여성을 찾기 위해 경찰은 최근 수사전담반을 꾸렸다. 이들에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2005년 1월, 충남 천안의 초등학교 교사이던 L(당시 32)씨는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가겠다며 학교에 사표를 냈다. 동교 교사와 친지 등 주위에 이 사실을 알렸고, 휴대폰도 해지한 뒤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

2005년 9월, L씨에게서 첫 편지가 왔다. "미국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친구도 사귀었어요." 하지만 그것으로 연락은 끝이었다. 매달 신용카드 청구서가 날아오더니 얼마 뒤에는 연체 통지서로 바뀌었다. 불안한 마음이 든 부모는 딸과 연락을 하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다 허사가 되자 경찰을 찾았다.

2006년 1월, 충남 천안서북경찰서는 "1년 전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난 딸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내용의 가출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이 L씨의 행적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사실이 드러났다. L씨의 출국기록이 아예 없었던 것. L씨가 보낸 편지 역시 국내 우체국 소인이 찍혀 있었고, 수십 차례에 걸쳐 수천만원이 결제된 신용카드 사용처도 모두 국내였다.

컴퓨터로 작성해 인쇄한 편지를 L씨 본인이 쓴 것인지도 의심이 가는 상황이었다. 경찰은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실종사건으로 규정했다.

이상한 점은 더 있었다. 경찰은 L씨 실종사건을 수사하다 천안에 사는 또 다른 여성 M(당시 28)씨가 비슷한 방식으로 사라진 사실을 확인했다. M씨는 2006년 9월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간다며 집을 나섰고 지금껏 연락이 없다.

M씨 역시 출국 직전 항공권을 반환한 뒤 비행기는 타지 않았다. M씨의 부모는 "3년 기한으로 중국으로 떠난 딸이 꼭 되돌아 올 것으로 믿는다"며 실종신고를 하지 않았다.

경찰은 20개월의 시차를 두고 사라진 두 여성이 예전부터 친분관계가 있었음을 확인하고 이를 동일한 사건으로 판단, 지난 9월 천안서북경찰서 내에 수사전담반을 구성하고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경찰이 곧 두 여성과 동시에 친분관계를 유지해 온 A(40)씨와 B(70)씨, C(50)씨 등 남성 세 명을 찾아냈다. 이들은 두 여성과 실종 전 자주 전화 통화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아직까지 이들을 용의자로 보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면서도 이들의 몇몇 진술과 행적이 석연치 않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M씨가 사라진 이후 M씨가 살던 집의 임대보증금이 B씨의 계좌에 입금되고, 또 C씨가 L씨의 신용카드를 수개월 간 사용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두 여성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경찰은 출국 사실이 전혀 없어 이들이 국내에 머물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실종 이후 흔적은 찾기 어렵다.

경찰은 "실종자들이 범죄의 표적이 됐는지, 종교적 이유에 의해 자취를 감췄는지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국내에서 활동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이준호 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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