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일정이 19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깜짝 발표를 통해 공개됐다. 북한이 보즈워스 대표를 평양으로 초청했던 지난 7월부터 따지면 5개월 만에 방북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나 내달 8일 보즈워스 대표가 평양을 찾는다 해도 북미가 핵문제를 해결할 화끈한 결과물을 내놓기는 어려워 보인다.
보즈워스 대표의 '12월 초 방북'은 이미 북핵 외교가에 회자되던 일정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날 발표가 깜짝 뉴스는 아니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자리에서 방북 일정을 공개한 형식은 예상 밖이었다. 한 소식통은 "보즈워스 대표가 미 대통령 특사로 방북한다는 무게감을 북한과 세계에 환기시켰다"고 전했다.
게다가 미국이 대통령 특사를 북한에 파견하는 것은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이후 7년 만이다. 또 1월20일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북미 공식 대화가 시작됐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북한 입장에서도 기대감과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함의와 형식적 파격에도 불구하고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 성과에 대해서는 회의적 전망이 많다. 북미의 회담 성격에 대한 '동상이몽' 때문이다. 일단 미국은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 및 북미 양자대화 목적을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평화적 방법의 검증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라는 9ㆍ19 공동성명 이행의 재다짐"(10일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차관보)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방북은 북한을 6자회담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자리이지 북미관계를 논의하기 위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해소'를 비핵화 조건으로 내세우며 북미 협상장에서 핵문제를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양측이 접점을 쉽게 찾기 어려운 형국인 것이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 포기 대가로 "미국은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와 완전히 통합될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언급한 대목도 심상치 않다. 지난 7월 미국이 북한 핵폐기에 상응하는 대가로 제시했던 '포괄적 패키지'와 비교하면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의 내용이 빠졌다. 미국이 그만큼 인색해졌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과거 패턴은 중단시켜야 한다"고 언급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북한이 핵실험 등으로 도발한 뒤 대화에 복귀하면 복귀 자체에 대가를 지급하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874호 제재 결의를 이행하면서 한미 간에 확인된 원칙이다.
물론 북미대화가 시작됐다는 데서 의의를 찾아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무시전략에 맞서 4월 장거리 로켓 발사와 5월 2차 핵실험 등을 강행하며 그토록 갈망하던 북미 직접대화를 성사 시켰다. 이 기회를 소중히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핵문제 및 북미관계를 총괄하는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보즈워스 대표의 파트너로 나서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문제도 변수다. 북한이 핵협상을 서두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소식통은 "미국과 중국의 6자회담 고수 입장이 너무 확고해 1, 2차례 북미대화를 거쳐 6자회담이 재개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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