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고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라 한국은 양 강대국 사이에서 대놓고 중국 편에 서기도, 미국에 반할 수도 없는 미묘한 위치에 놓였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 '워싱턴과 베이징이 서울을 놓고 우열을 다투다'는 제하 기사에서 한반도에서 중국의 정치ㆍ경제적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 이상 미국은 한국이 기댈 '유일한 언덕'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국 정책이 한국에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FT는 전했다. 정치ㆍ군사적으로 한미 양국은 여전히 확고한 동맹관계지만, 자유무역협약(FTA)이나 북핵 문제에 있어 미국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남북 양쪽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실제로 워싱턴은 내달 초 북미대화에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사를 파견할 예정이지만 한국 외교가에서는 그가 적합한 인물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춘흠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FT에 "보스워스 특사는 정책결정 권한이 없어 북미 양자대화는 서로간 입장만 주장한 채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 관계비중은 완전히 중국으로 기울었다. 2007년 합의한 한미 FTA는 교착상태에 빠진 반면 한중 교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년전 한국의 최대교역국인 미국이었지만 현재는 중국이 됐으며, 매주 642편의 비행이 이뤄질 정도로 왕래가 잦아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 대사로 최측근인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을 임명한 점도 중국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FT는 모종린 연세대 교수의 말을 인용,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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