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 바둑계 최대 계보인 '충암 사단'의 구심점 역할을 해 온 최규병9단(46)이 한국기원 소속 프로 기사 241명을 대표하는 29대 기사회장에 선출됐다.
최9단은 17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2009년 프로기사회 정기총회서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젊은 층의 지지를 받은 양건8단을 91표 대 64표, 27표차로 제치고 당선됐다.
이날 기사회장 선거에는 현 회장인 조대현9단과 김수장9단 최규병9단 양건8단 등 4명의 후보가 출마, 최9단이 79표를 얻어 1위를 했으나 과반수에 못 미쳐 2위 양 8단과 결선투표를 벌이는 등 예년과 달리 열띤 경쟁을 벌였다.
기사회장은 공식적으로는 기사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친목 단체 대표지만 한국기원 이사회를 비롯한 각종 임원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하는 등 국내 바둑계에 미치는 실질적 역할과 비중이 매우 크다.
특히 바둑계 주요 현안에 대해 기사총회에서 수렴된 의견은 한국기원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이사회에서 대부분 채택되는 게 그동안의 관례였다.
6월 이른바 '이세돌 사태' 때도 기사총회서 '이세돌에게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결의를 함으로써 이세돌에 대한 징계 움직임을 주도했다.
최9단은 회장 당선 후 "바둑계 전반에 자신의 역할과 의무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풍토가 만연됐다.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최근 세계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한국 바둑의 위상을 지키는 데 기사회 차원에서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또 "프로 기사의 연령대가 매우 넓어짐에 따라 세대 간 소통 확대와 프로 기사들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1963년 전북 부안군에서 출생한 최9단은 75년 입단해 99년 입신에 올랐다. 입단 직후엔 학업과의 병행으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으나 대학(중앙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후 국내ㆍ외 기전에서 꾸준한 성적을 올려 94년 박카스배와 2000년 기성전에서 준우승했고 99년 1회 맥심커피배서는 우승했다.
2년 전부터 한국바둑리그 영남일보팀의 감독을 맡아 사상 최초로 2연패를 이끄는 역량을 발휘했으며 LG배 세계기왕전 전속해설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