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고 교장들이 모여 새 입시전형 방안이라는 것을 내놓았다. 지필형 선발고사와 구술면접을 폐지하고, 입학사정관제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것 등이 그 내용이다. 영어 듣기평가를 축소하고 내신만으로 선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외고 입시가 조기 과열 사교육의 주범이라는 사회적 비난을 희석하고, 일각의 외고 폐지 주장에 대응키 위한 것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외고 교장들의 방안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비켜가려 한다는 인상을 준다. 알다시피 논란은 외고가 외국어전문인력 양성이라는 설립목적을 벗어나 입시전문기관으로 변칙 운영되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것이며, 사교육은 그 부작용일 뿐이다. 그러므로 명문대로 가는 가장 확실한 경로라는 외고의 본질을 바꾸지 않는 이상 다른 시도는 의미가 없다. 선발제도만 조정하는 식으로는 현실적응력과 생존력이 탁월한 사교육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리라는 점은 경험상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해결방안은 외고 설립정신으로 되돌아가는 것뿐이다. 교육전문가들의 하나같은 지적처럼 국ㆍ영ㆍ수 점수 잘 따는 학생이 외고가 당초 키우겠다던 글로벌인재는 결코 아니다. 도리어 국내 대학입시와 관계없이 국제적 안목과 자질을 키우기 위한 교육내용을 대폭 확대하고, 수업 대부분을 다양한 전공 외국어로 진행하는 등 외고의 특성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외고 개혁이다. 그렇게 해서 진학목표도 다양한 외국의 대학으로 잡도록 하는 것이 애초 외고를 허가할 때부터 기대했던 모양새였다.
일찌감치 이 방면에 관심과 재능을 가진 소수의 학생들을 발굴해 국제적 인재로 키우는 본래 역할에 충실하게 되면 국내 대입 때문에 기승을 부리는 사교육 문제는 자연히 축소되게 마련이다. 이게 또한 현재의 평준화교육을 보완하는 제대로 된 수월성 교육이다. 교육당국이 과감하게 문제의 본질을 다루겠다면, 명색이 외국어고 이름을 내걸고 외국어능력평가를 줄이겠다는 따위의 코미디 같은 발상에 귀 기울일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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