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서울에선 매달 학원비도 준다는데… '서러운' 지방보육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서울에선 매달 학원비도 준다는데… '서러운' 지방보육원

입력
2009.11.22 23:41
0 0

서울 강남지역의 K보육원. 이곳 아동 57명은 학교 외에 1개 이상의 사설학원에 다닌다. 초등학생 중에는 학원을 2개씩 다니는 경우도 있다. 고교생은 매달 20만원의 학원비가 개인 통장으로 지급된다. 주말에는 기업이 후원하는 뮤지컬이나 영화관람, 전시회 등 문화체험 기회도 적지 않다.

K보육원 얘기는 대부분의 지방 보육원에선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경북 C보육원 원장은 "지자체 지원금과 후원금을 합쳐봐야 아이들의 의식주를 해결하기에도 빠듯하다"며 "학원비를 주는 곳도 있느냐"고 놀라워했다.

부모에게 버림받거나 학대를 당해 보육원에 맡겨진 아동들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여건이나 후원 환경에 따라 지역별로 큰 차별을 당하고 있다. 서울이나 경기도처럼 후원금이나 예산이 넉넉한 지자체 소재 보육원생들과 그렇지 못한 지자체에 속한 보육원생들 사이에 복지 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다.

교육지원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올해부터 서울시는 어린이재단과 함께 초등학생 이상 보육원생에게 후원자를 연결해 매월 학원비를 15만~2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현재 보육원생과 소년소녀가장 등 1,000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광역시 보육원 관계자는 "전국에서 거둔 후원금을 서울시가 싹쓸이해 지방은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기회에서도 차별이 존재한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지자체는 50인 이상의 아동을 수용한 시설에 대해 반드시 1명 이상의 임상심리상담원을 배정해야 한다. 그러나 아동복지협회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월 현재 서울시 시설에만 임상심리상담원 15명이 배치됐을 뿐, 다른 시ㆍ도에는 0~2명씩만 있다.

80명 이상을 양육하고 있는 경남 A보육원 원장은 "3년 전부터 지자체에 임상심리상담원 배정을 요청했지만 답이 없다"고 말했다. 원장은 "간혹 아이들이 캠프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정보를 듣고 다른 시설로 옮겨달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보육원 복지의 양극화는 2005년 중앙정부가 운영하던 사회복지사업 중 아동복지를 포함한 68개 사업을 지자체로 이양하면서부터 본격화됐다는 게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박신웅 아동복지협회 회장은 "중앙정부에서 전담할 때에는 적어도 이 정도로 심하진 않았다"며 "만일 노인이나 장애인처럼 아동에게도 투표권이 있다면 이렇게 지자체 지원이 부실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가이드라인은 아동들의 최소 생계비, 사회복지사 등의 인건비, 시설관리운영비 등만 정하고 있을 뿐, 사교육비, 대학입학금, 자립정착금, 문화생활비 등은 지역 형편에 따라 운영된다. 이에 따라 일부 광역시의 경우 보육원생이 대학에 입학할 때 등록금 전액을 지원해 주는 반면, 몇몇 지자체는 지원금이 전혀 없다.

보육원을 퇴소할 때 주는 정착금도 100만원(울산, 강원)에서 최고 700만원(경기)까지 천차만별이다. 퇴소자에게 지원되는 전세자금도 최고 6,000만원(세대별)에서 300만원(1인당)까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 전세자금은 5개 광역단체에서만 지원된다.

정부는 내국세의 일정비율(0.94%)을 사회복지비를 위한 분권교부세로 책정, 각 지자체에 배당하고 있지만 액수가 턱없이 부족하고,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에서는 제대로 집행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게 보육원 현장의 목소리다. 이재연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아동복지는 지자체에 맡길 게 아니라 중앙정부가 책임을 지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강성명기자 sm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