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북악산, 창덕궁으로 둘러싸인 청계천 북쪽 마을을 흔히 북촌이라 부른다. 한옥과 골동가게가 많아 아늑한 향수를 느낄 수 있는데 그 때문인지 최근 이곳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그 북촌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 바로 지난 주 나온 <서울 북촌에서> 다. 그런데 <북촌 탐닉> 이라는, 언뜻 보아 비슷한 책이 이번 주에 또 나왔다. 내용과 서술 방식은 다르지만 둘 다 북촌을 대상으로 하고 제목에도 북촌을 넣었다. 북촌> 서울>
인물화, 초상화에 대한 책도 마찬가지다. 지난주에 <한국의 초상화_형과 영의 예술> 이 나왔는데 이번 주에는 <역사와 사상이 담긴 조선시대 인물화> 가 출판됐다. 두 책 역시 차이가 적지 않지만 독자의 눈에는 비슷하게 비칠 수 있다. 역사와> 한국의>
비슷한 주제, 비슷한 내용의 책이 같이 나오는 일은 흔하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에 대한 책이 쏟아졌다. 4강 신화가 그 계기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별 계기가 없었는데도 북촌과 인물화 책이 나란히 나왔으니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다른 것도 대부분 그렇겠지만 출판 역시 타이밍이 중요하다. 가장 적절한 시기에 책을 내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면 먼저 내는 게 낫다. '최초 발간'은 아무래도 독자와 언론의 주목을 더 받을 수 있다. 반면 늦게 낸 책은 이전 책을 압도하지 못하는 한 손해를 보기 쉽다.
<역사와 사상이 담긴 조선시대 인물화> 를 낸 출판사 학고재 관계자는 "저자가 원대한 계획을 세워 5년 전부터 작업을 해왔으며 인물화의 의미와 사연을 모은 것은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그로서는 일주일 늦게 나왔다는 이유로 야박한 평가를 받지 않을까 걱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역사와>
강상중 도쿄대 교수의 책 2권이 두 출판사에서 10월 같은 시기에 나온 적이 있다. 돌베개의 <청춘을 읽는다> 와, 사계절의 <반걸음만 앞서가라> 가 그것인데 내용은 다르지만 저자가 같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책을 따로 준비했으나 예상 발간 시기가 비슷해지자 두 출판사는 같은 시기에 책을 내고 보도자료도 함께 만들어 공동 홍보 작업을 했다. 두 회사가 가까웠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반걸음만> 청춘을>
속도를 중시하는 사회이다 보니 책 역시 먼저 내는 게 중요하겠지만 출판사나 독자 모두 그것만 너무 따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용, 완성도, 의미 이런 것들이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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