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준 지음/미지북스 발행ㆍ324쪽ㆍ1만3,000원
감독의 폭행이나 계약을 둘러싼 잡음, 간간이 흘러나오는 선수 개개인의 사생활 가십 등을 통해 스포츠 세계의 이면이 노출되는 경우는 더러 있지만, 그 치부가 이토록 전면적이고 또 적나라하게 까발려진 예는 드물 것이다. 한국 스포츠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교수의 <어퍼컷> 은 아늑한 카르텔 구조에 감싸인 우리 스포츠의 음험한 얼굴에 날리는 후련한 '선빵'이자, 승패의 감동적 드라마를 기대하는 스포츠 애호가들의 순수한 열정에 끼얹는 찬물 세례다. 어퍼컷>
책에서 정 교수는 "스포츠에는 감동이 있고 희망이 있고 꿈이 있다. 그런데 한국 스포츠에는 꿈이 없다. '금메달 몇 개'라는 경기단체의 목표는 있을지언정 선수들에게 꿈은 없다"고 단언한다. 감독은 패고, 선수들은 맞는다. 그는 중ㆍ고교 학생선수 78.8%, 63.8%가 각각 폭력과 성폭력을 경험했다는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운동선수 인권상황 실태 조사' 결과를 인용한다. 야만의 폭력을 통해 꿈과 희망을 일군다는 이 기만적 스포츠의 일상에서 저자는 국가주의와 1등주의, 상업주의의 그림자를 본다. "당신이 눈 감은 사이에, 한국 스포츠는 이미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의 중병을 앓고 있다."
그는 또 지방자치단체들이 추진하는 스포츠 이벤트 유치 시도의 허상을 통해 정치 자본 언론의 야비한 담합을 고발하고, 각종 스포츠 협회와 구단들의 횡포를 폭로한다. 저자에 따르면 그 횡포의 희생양들은 대개 경제적 하층민으로 전락하는데, 해체가 결정된 한 실업팀 감독이 여자 선수들에게 실제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내가 어떻게든 노력해볼 테니 너희들 제발 술집만은 가지 마라." 여자 핸드볼 얘기다.
스포츠 마니아들의 광적인 팬덤 현상을, 오직 돈의 관계로만 묶여지는 스타 선수들의 삶을, 낭만의 레슬러 김일부터 국민영웅 김연아 박태환에 이르는 스포츠의 드라마를, 저자는 때로는 신랄하게 때로는 애잔하게 펼쳐 보인다. 그의 비판이 모이는 한 점은 물론 한국 스포츠의 기사회생이다. 1등 스포츠가 아닌 꿈과 희망의 스포츠, 인간적 아름다움의 스포츠에 대한 갈망이다. "나쁜 점만 고치자는 것, 그것뿐이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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