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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기업 정보 분석가 박미란씨 "아웃도어 요리의 참맛은 후다닥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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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기업 정보 분석가 박미란씨 "아웃도어 요리의 참맛은 후다닥 아닐까요"

입력
2009.11.22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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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즐거움 가운데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직접 차를 몰고 다니며 텐트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최신 여행 트렌드인 오토 캠핑도 예외는 아니다. 화려한 고가의 요리 장비들과 차 한 가득 싣고 온 재료들이 총동원된다. 집에서 해 먹는 요리나 그게 그거랄 정도다.

아웃도어 요리의 이 같은 흐름에 제동을 걸고 나선 이가 있다. 기업 정보 분석 전문 회사 경쟁지식컨설팅의 박미란(39ㆍ여) 대표이사다. 최근 <후다닥 누가 해도 맛있는 아웃도어 요리> 를 펴낸 박 대표의 아웃도어 요리 철학은 한 마디로 "여행의 본래 취지를 흐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 재료는 간단해야 하고 조리법은 간편해야 한단다.

여행 본질 흐리는 럭셔리 요리

"오토 캠핑장에 가 보면 장비 펼치고 음식 만드는 데 시간 다 보내는 경우가 있어요. 너무 편하게, 럭셔리하게 아웃도어를 즐기려다 보니 캠핑 본연의 의미가 퇴색하는 것 같아요. 제한적인 조건에서 최소한의 재료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요리, 그게 진짜 아웃도어 요리 아닐까요."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놀러 가면 포장김치나 꽁치통조림에 물만 부어 만든 찌개 정도면 감지덕지했다. 거기다 간편하게 구워 먹을 수 있는 삼겹살까지 있으면 금상첨화.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햄이나 소시지로 대신했다. 이도 저도 아니면 산 밑에서 파는 김밥으로 때우기 일쑤였다.

"기왕 나왔으니 남들도 다 해 먹는 흔한 요리 말고 뭔가 폼 나게 먹고는 싶은데 그렇다고 양념ㆍ재료 분량까지 일일이 맞춰 조리할 자신은 없는 아웃도어족을 위해 책에 소개한 메뉴들을 개발했어요. 물론 다양한 아웃도어 상황도 고려해서 말이죠."

예를 들어 산행은 무게와의 싸움이다. 가뜩이나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데 배낭까지 무거우면 힘이 더 들 터. 가볍고 부피도 작은 식 재료로 영양을 보충해 줄 맛깔 나는 음식을 해 먹어야 한다.

이럴 때 박 대표는 마늘된장구이와 찬밥지짐이가 안성맞춤이라고 추천한다. 된장 물엿 참기름 후춧가루 청주를 버무린 양념장과 마늘 식용유만 있으면 된다. 마늘을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꼬치에 꽂은 뒤 노릇하게 구워서는 양념장에 찍어 먹는다.

먹고 남은 밥은 산행 중에 골칫거리다. 싸 가자니 무게도, 부피도 부담스럽다. 찬밥에 참기름 깨소금 소금을 뿌리고 남은 식 재료를 모아 잘게 다져 버무린 다음, 팬에 납작하게 구워 먹으면 잔반까지 깔끔하게 처리된다.

도움 안 되는 요리책

아웃도어 요리책을 만드는 데 박 대표는 꼬박 3년을 보냈다. 시작할 땐 6개월이면 충분하다 생각했는데 말이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서점에서 온갖 요리책을 다 뒤져 본 것.

"요즘 요리책은 요리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하는 것 같아요. 특히 일부 전문가들이 쓴 책은 보통 사람은 엄두가 안 날 만큼 레시피가 복잡하기도 해요."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조리법은 아웃도어 요리의 최대 걸림돌이다. 아웃도어용 조리 기구의 특성에도 맞지 않는다. 코펠은 집에 있는 조리 기구보다 얇다. 버너는 가스 레인지처럼 불이 넓게 퍼지지 않고 위쪽으로만 올라간다. 오래 가열해야 하는 찜이나 많은 양의 기름이 필요한 튀김이 밖에서 해 먹기 적합하지 않은 이유다.

박 대표는 "요리에 정석은 없다"며 "아웃도어에서 진짜 필요한 건 누구나 대충 만들어도 먹음직스러울 수 있는 요리"라고 말했다. 3년 간 기존 요리책을 분석하며 얻은 결론이다.

박 대표는 정보 분석 전문가다. 평소엔 요리 대신, 기업을 분석한다. 20대에 사업을 시작해 7, 8년 동안 3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단다. 덕분에 허리디스크에 호흡곤란 우울증까지 얻었다. 안되겠다 싶어 잠시 2, 3년 간 일을 접고 산행에 나섰다. 돌아보면 그때 야외에서 만들어 먹은 아웃도어 요리가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 비싼 재료도, 거창한 조리법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야외에선 사람 냄새가 나는 요리를 했으면 좋겠어요. 고가의 장비나 많은 재료가 없어도 '맛있는 추억'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니까요."

■ 스키장서 남자들끼리 이 요리가 '딱'

요즘 금요일 일과가 끝난 뒤 저녁에 출발해 토요일에 돌아오는 1박 2일 스키 여행이 인기다. 이런 여행은 주 목적이 스키인 데다 일정이 짧기 때문에 더더욱 초간단 초스피드 요리가 필요하다. 주말 스키 여행의 성격에 맞춰 박미란 대표가 추천한 아웃도어 요리를 소개한다.

떡말이삼겹살은 친한 친구 여럿과 스키 여행을 가서 저녁 식사로 먹기 딱 좋은 요리. 한쪽에선 떡볶이 떡을 삼겹살에 말고, 다른 한쪽에선 케첩이나 스테이크용 소스를 바른다. 또 다른 한 사람은 팬에 기름을 두르고 노릇노릇하게 구워 낸다. 손이 많은 여행에서 분업으로 후다닥 할 수 있는 대표적 요리다. 고기와 떡을 한 번에 섭취할 수 있으니 꽤 든든하다. 소주가 생각나는 삼겹살의 느끼함은 떡이 살짝 가려 준다.

무교동식조개탕(사진)은 남자들끼리 모인 스키팀이 아침 식사로 즐기기에 안성맞춤. 주말 아침 스키를 실컷

타려면 일단 배를 채우고 가야 하는데 복잡한 요리는 꿈도 못 꿀터. 모시조개를 사다물 붓고 소금만 쳐서 끓이면

되니 이보다 좋을 순 없다. 부엌에 발들인 적 없는 남자들에게 특히 환영받을 조리법이다. 굳이 파 고추 마늘 넣지 않아도 특유의 시원한 국물 맛이 우러난다.

직장 동료들끼리 와 간밤에 술자리가 있었다면 아침에 스키장으로 가기전해장이 필수다. 꼭 콩나물국이나

북어국이어야 할 까닭은 없다. 과감하게 된장칼국수를 시도해 봐도 좋을 듯. 진하지 않은 된장 국물에 호박 감자

청양고추 송송 썰어 넣은 다음, 면을 풀어 끓이면 된다. 구수하고 칼칼한 칼국수 한 그릇에 술 기운이 싹 달아난다. 바지락까지 넣으면 금상첨화.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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