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正歌)'는 선비의 노래다. 인간의 오만 성정을 그대로 내지르는 판소리의 대척점에 있다. 양반의 노래, '가곡(歌曲)'은 그들끼리만의 풍류방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격조 높은 소리였다. 흔히들 말하는 서양 가곡이 아니다.
숨은 보석이 새단장을 하고 온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이 마련한 이틀 간의 '태평가' 무대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져 빚어내는 절창의 무대다. 삼수, 두거, 소용, 언락 등 전통 가곡 양식의 틀에 창조의 정신을 이입한다.
"이려도 태평성대, 저려도 태평성대, 요지일월(堯之日月)이요, 순지건곤(舜之乾坤)이로다. 우리도 태평성대니 놀고 놀려 하노라." 독창이 원칙인 전통 가곡 한바탕의 대미를 장식하는 '태평가'인데, 유일하게 남녀가 함께 부른다. 한없이 유장하게 뽑히는 음률이 두 가지 목청에 얹혀 나오는 맛이 기막히다.
첫날은 우조(羽調) 가곡의 형식을 빌어 실내악과 관현악 편성으로 선보이는 신작 12곡이다. 황의종, 임진옥 등 4명의 작곡가가 지은 합창과 중창 가곡이다. 김영랑의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김남조의 '너를 위하여', 김춘수의 '꽃' 등 회자되는 현대시가 가곡의 텍스트가 됐다.
둘째 날은 계면(界面) 가곡의 밤. 이상규, 심인택 등 4명이 편곡한 13곡이 선보인다. 다스름, 초수, 이수, 편락, 언편 등 전통 가곡 양식을 따른다. 그러나 모두 남녀 이중창으로 판을 짜, 이번 무대의 의미를 재삼 강조한다.
거문고, 대금, 가야금, 피리, 해금, 장구 등에 통달한 전문 잽이들이 반주를 맡는다. 12월 3~4일 오후 7시 30분, 국립국악원 우면당. (02)580-3300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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