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정문 앞에서 고객들과 행인들의 눈길을 잡는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올해로 개점 30주년을 맞는 백화점이 타임 캡슐을 매설하는 이벤트였다. 지름 1m 높이 1m의 원통형에 스테인리스와 강화유리로 만들어진 이 캡슐엔 백화점 임직원 명함과 사진, 롯데쇼핑 30주년 사사와 추억이 담긴 상품, 그리고 특히 물품으로 국사교과서 등이 담겼다. 캡슐 개봉일은 백화점 창립 50돌을 맞는 2029년 11월 15일이며 캡슐 중앙엔 향후 20년을 재는 연단위 시계와 1년을 측정하는 월단위 시계 등 2개의 시계를 설치했다.
▦ 역사와의 대화를 가능케 한 인류 최초의 타임캡슐은 이집트 피라미드나 고대 왕의 분묘가 되겠지만, 현대적 의미의 타임캡슐이 처음 등장한 때와 장소는 1939년 뉴욕 만국박람회다.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이 제작한 이 캡슐은 길이 2.3m 직경 15cm의 어뢰형으로, 5,000년 후인 6939년 개봉할 예정으로 지하 150m 깊이에 매설했다. 큐펄로이라는 특수합금으로 만들어진 이 캡슐엔 각종 일용품 금속ㆍ화학섬유 곡물 서적 백과사전 회화 마이크로필름(신문) 영화 등이 담겼다고 한다.
▦ 우리나라에서 기념비적인 타임캡슐은 서울시가 1994년 11월 서울 정도(定都) 600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600점의 내용물을 담아 서울 중구 필동 남산골 한옥마을에 매설한 것이 꼽힌다. 높이 2.1m, 지름 1.4m 무게 2.5t으로 보신각 종 모양인 이 캡슐의 개봉일은 정도 1,000년인 2394년 11월 29일. 특이한 것은 시대의 일면을 보여주려고 선별한 내용물 중에 30쪽 분량의 토지거래 허가제 관련 판결문을 담은 것이다. 당대 우리 국민의 부동산 열기와 애착이 얼마나 강했는가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후손들이 이 문건을 보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다.
▦ 여기서 힌트를 얻은 듯 청와대가 4대 강 사업에 대한 후대의 평가를 위해 관련 사업에 대한 찬성과 반대, 공격과 답변을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집대성해 백서를 발간하고 필요하면 준공 때 그 자료를 타임캡슐에 묻겠다고 한다. 세종시와 마찬가지로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사업의 추진경위와 과정, 찬반론을 담아 후세에 귀감으로 삼겠다는 뜻일 게다. 취지는 이해되나 비판세력을 은근히 압박하는 것 같아 거슬린다. 세종시든 4대 강이든 잘 되면 정권의 치적이 되고 못되면 모두가 책임을 나눠야 하는 힘과 정보의 불균형이 엄존해서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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