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하토야마(鳩山) 새 정부 출범 이후 미일 동맹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들이 일본 내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동맹위기론'은 '대등한 미일 관계'를 공약한 민주당이 선거에서 압승한 직후부터 보수 언론이 불을 지펴, 이제는 일본 언론 전체가 이구동성으로 합창해대는 모양새다.
"정권 바뀌면 정책 재검토 당연"
위기론의 핵심에 있는 것이 오키나와(沖繩) 후텐마(普天間) 미군기지 이전 문제다. 후텐마 기지는 오키나와현 본섬 중남부에 있는 주일 미 해병대 비행장이다. 2,700㎞의 활주로가 있는 이 비행장은 아시아태평양전쟁 종전 직후 건설돼 당초 미 육군이 사용하다 1960년 해병대로 넘어왔다.
하지만 사유지가 90%인 데다 주택가가 밀집한 기노완(宜野灣)시 중심부에 자 리잡고 있어 소음 등 주민 피해가 끊이지 않았다. 계속된 반환 요구에 미일 당국이 본섬 중북부 나고(名護)시 헤노코(邊野古)의 미군기지 캠프 슈왑 연안 이전을 확정한 것이 1997년이다.
이후 정확한 이전 위치를 둘러싸고 약간의 이견은 있었지만 나고시장도, 오키나와현 지사도 찬성파가 주류여서 이전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 상황이 지난해 오키나와현 의회 선거에서 반대파 의원이 다수를 차지하고 지난 중의원 총선에서도 오키나와 전체에서 이전 반대파 의원이 당선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하토야마 정부가 기존 미일 합의를 재검토하겠다고 거듭 이야기하는 이유는 민주당의 공약이라는 것 말고도 이같이 오키나와 주민의 요구가 바뀌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미국이 조기 결론을 재촉하고 있지만 일찍 결론을 냈을 경우 기지 이전 문제가 최대 쟁점이 된 내년 1월 나고시장 선거 결과에 따라 또 어떤 혼란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물론 이 문제를 두고 미일 당국의 생각에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이다. 미국은 수년에 걸쳐 양국이 고민 끝에 마련한 계획이 "유일한 최선책"이라고 믿고 있다. 후텐마 기지 이전은 미 해병대의 괌 이전이라는 주일미군 재편과 맞물려 있어 전체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도 우려한다.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 주민의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창당 이후 민주당의 일관된 정책을 어떤 형태로든 실현해야 할 책임이 있다. 실제로 일본 국민, 적어도 오키나와 주민의 기대는 결코 작지 않다.
하지만 대다수 일본 언론이 후텐마 기지 이전을 다루는 시각은 이 같은 새 정부의 정치적 사명이나 주민의 요구와는 거리가 있다. 합의 재검토를 미일 관계에 균열을 내는 행위로 매도하거나 의견 조정 과정에서 이견이라도 불거지면 동맹이 파탄이라도 날 것처럼 호들갑까지 떤다. 조바심 내는 일본 언론에 "정권이 바뀌면 과거 정부의 정책을 재검토하는 게 당연하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 건 오히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었다.
미일동맹 다져갈 기회 많아
중의원 선거 직후 일본의 한 보수 신문이 새 정부 출범에 대한 미국의 평가를 듣기 위해 오바마 선거 캠프의 대일외교 전문가를 인터뷰했다. 이 신문은 민주당에 대해 미국이 우려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전하고 싶었는지 모르겠으나 대답은 달랐다. "민주당이 미일협력관계를 약화시킬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미일은 서로 이해를 넓히기 위해 필요한 중요한 사안들이 많다. 북한 핵, G20 정상회의, 기후변화협약, 핵군축 등의 분야가 새 정권이 비전을 행동에 옮길 기회이자 수권 능력을 시험 받을 장이다."
김범수 도쿄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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