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도 아이디어가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흡입식이나 주사제 보다 알약 먹기를 좋아합니다. 타미플루 개발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요즘 신종인플루엔자 치료에도 쓰이고 있는 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를 개발한 미국 길리어드사 부사장 김정은(68ㆍ사진) 박사는 19일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한국연구재단에서 과학자들을 상대로 타미플루 개발과정에 대해 강연했다.
그는 "1994년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사의 '흡입식' 인플루엔자 치료제 논문을 보고 좀 늦더라도 '먹는 알약'으로 개발하면 성공할 것으로 생각해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2년 뒤 개발에 성공했고 특허권을 스위스 제약사 로슈에 이전했다.
이렇게 태어난 타미플루는 그의 예상대로 기존의 흡입식 치료제를 단번에 제치며 시장 점유율 95%의 대박을 터뜨렸고, 길리어드와 로슈 두 회사를 돈방석에 올려놓았다. 로슈는 이 약 하나로 지난해 1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이미 3조원을 넘어섰다. 이 매출액의 22%는 로열티로 길리어드사로 간다.
김 박사는 또 "우리가 개발한 에이즈 약 '에이트리플라'도 기존에 환자들이 3개씩 먹어야 했던 것을 하나의 알약으로 만든 아이디어로 성공, 시장 65%를 점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최근 논란이 된 타미플루의 부작용과 내성 여부에 대해 김 박사는 "아직 확인된 데이터가 없으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일본에서도 청소년 자살 등 부작용 논란이 있었지만 인플루엔자에서 비롯된 증상이며 타미플루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강조했다.
타미플루의 투약요령에 대해 그는 "독감 증세가 나타나고 48시간 이내에 투약해야 효과가 큰데 병원 진료 등의 여건으로 이 시점을 넘기면 약효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인플루엔자의 변종에 대해서는 "바이러스는 자연상태에서 언제든지 변종이 생길 수 있으며 이 경우 타미플루가 효과가 없겠지만 확률상으로 0.1%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제약산업에 대해 그는 "로슈가 타미플루를 상품화하는 데 무려 800만달러를 투자했는데 한국에 이렇게 투자할 회사 있는가"라고 반문하고 "한국도 일본처럼 높은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신약을 개발한 뒤 특허권을 대규모 제약사에 파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태어난 김 박사는 도쿄대 화학과와 대학원을 졸업, 미국 오리건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20여 년간 제약회사 브리스톨마이어스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1994년 길리어드사로 옮겨 지금은 화학담당 부사장을 맡고 있다.
대전=전성우 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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