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1년여에 걸쳐 산 둘레 길을 어깨 겯고 함께 걸으며 영산(靈山)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되새기는 행사가 마련된다. 이름하여 '지리산 만인보(萬人步)'다.
22일 지리산만인보(가칭) 준비위원회에 따르면 지리산 보존에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내년 2월28일부터 지리산 둘레 850리를 함께 걷는 대장정에 오른다. '만인의 걸음'은 이듬해 3월12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이 행사는 지리산과 접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 중인 케이블카 설치 반대 운동에서 비롯됐다. 요즘 화두인 '느리게 걷기'를 통해 산의 가치를 생생하게 느끼는 기회를 마련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반대 여론을 키워간다는 취지다.
최세현 만인보 산청지역 대표(진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는 "'지리산 만인보'는 많은 사람과 함께 지리산을 걸으며 어머니의 산 지리산이 상처받지 않는 길을 함께 생각해 보자는 뜻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만인보 준비위에는 박화강 전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성염 전 로마교황청 대사, 엄용식 지리산기독교환경연대 공동대표, 연관 실상사 수월암 주지, 윤장현 한국YMCA 전국연맹 이사장, 소설가 이호철씨, 방송인 전유성씨, '지리산 호랑이'로 불리는 피아골대피소 전 관리인 함태식씨 등이 공동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한편 준비위는 만인보 홍보의 일환으로 27일 오후 7시 경남 산청군 신안면 외송리 간디학교 도서관에서 '시와 그림, 소리로 만나는 지리산'이란 문화 한마당을 연다. 이 행사에는 지리산 자락에 터 잡고 살며 그 아름다움과 아픔을 표현해온 이원규 시인과 대금연주가 김기룡씨, 이호신 화백을 초청해 지리산의 자연과 문화, 역사에 대해 듣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준비위는 내년 2월 만인보의 첫 걸음을 내디딜 때까지 지리산 인접 지역을 돌며 문화 행사를 열어 지리산 보존의 공감대를 넓혀 나갈 계획이다.
이동렬 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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