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이 깊어 지난 5월 부처님오신날 법문 이래 대중을 마주하지 않았던 법정(77ㆍ사진) 스님이 12월 13일 서울 성북동 길상사 창립 기념법회에 나설 모양이다. 법정 스님의 상좌 스님인 길상사 주지 덕현 스님은 19일 "법정 스님의 병세가 호전돼 이번 법회에 참석하신다는 말씀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출간된 법정 스님의 새 법문집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 (문학의 숲 발행)은 그러니까 대중의 긴 기다림에 대한 보답이자, 다시 이어질 말씀 사이의 거멀못인 셈이다. 한>
강원 산골의 한 오두막에서 요양 중이라는 법정 스님은 이번 법문집의 제목에 '하나는 모두이며 모두는 하나'라는 뜻을 담았다 한다. '화엄경' 법성게에서 뽑은 '일즉일체다즉일(一卽一切多卽一)'의 풀이인 저 말의 실천이야말로 "진정한 깨달음이고 진리의 세계"(153쪽)라고 스님은 적었다.
한 동안 무소유의 검박한 수행자적 삶에 힘을 실었던 법정 스님의 말씀이 이번 법문집을 비롯한 근년의 가르침에서는 세상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계도에 다가선 듯하다고 묻자, 덕현 스님은 "출가가 본시 큰 자비와 지혜를 안고 세상으로 돌아오기 위한 길이듯 법정 스님은 한시도 세상 바깥에 머문 적이 없으셨다"며 "무소유의 정신 역시 나눔과 도움의 열린 무소유이지 품지 않고 버리겠다는 형식적 무소유와는 다르다"고 답했다.
책에는 1992년부터 지난 5월까지 이런저런 법회에서 법정 스님이 한 법문 35편이 담겼다. 대중 법문 끝에 법정 스님은 사자후나 감로법으로 불리는 참 법문, 곧 부처님의 말씀은 "피어나는 나무와 꽃들에게서 들으라"고 말하곤 한다. 그가 은둔하며 들었던 '나무와 꽃들의 말씀'을 모처럼 대중에게 전할 모양이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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