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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잊혀진 미래' 백인과의 만남은 그들에게 재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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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잊혀진 미래' 백인과의 만남은 그들에게 재앙이었다

입력
2009.11.22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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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리 모왓 지음ㆍ장석봉 옮김/ 달팽이출판 발행ㆍ448쪽ㆍ1만5,000원

1946년 5월 스물다섯 살의 캐나다 청년 팔리 모왓은 캐나다 북부의 얼어붙은 땅, 배런스로 간다.

배런스는 북극에 가까운 툰드라 평원 지대로, 생명이 살기 힘든 곳이다. 모왓이 굳이 멀고 위험한 여행에 나선 것은 사슴부족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였다.

그들은 내륙에 거주하는 이누이트(에스키모)의 일족인 이할미우트 족으로, 1890년대 초 캐나다 지리학자 조지프 티럴이 처음으로 배런스를 종단하고 탐사보고서를 내면서 존재가 알려졌다.

<잊혀진 미래> (원제 'People of the Deer'ㆍ사슴 부족 사람들)는 모왓이 배런스의 이할미우트족과 함께 지낸 2년을 기록한 것이다. 1952년 출판되어 그들의 삶과 문화를 세상에 알린 첫 번째 책이다.

인류학적 민족지로도 여행 보고서로도 읽을 수 있는 이 책은 그들의 삶을 파괴한 현대문명과 백인의 탐욕을 고발하는 격문이기도 하다.

이할미우트족은 본래 사슴(정확히는 '카리부'로 불리는 순록) 사냥꾼이었다. 사슴을 사냥해 먹을 것, 입을 것, 쓸 것을 모두 해결했다. 하지만 1920년대 들어 백인들과 접촉하면서 재앙이 시작됐다.

백인들은 총을 주면서 사슴 혓바닥이나 여우 털가죽을 요구했다. 총으로 여우를 사냥하게 되면서 전통적인 사슴 사냥법은 점차 잊혀졌다. 사슴 숫자도 대량 살육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모피 값이 폭락하자 백인들은 교역을 끊었다.

이할미우트족은 먹고 살 길을 잃었다. 북극의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살아 남으려면 사슴 고기와 지방이 절대 필요하지만, 총의 탄약이 없어 사냥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굶주림과 질병이 그들을 덮쳤다. 1886년 7,000명이었던 이할미우트족은 모왓이 찾아간 1946년에는 40명밖에 안 남은 상태였다.

모왓은 이할미우트족의 비참한 현실을 분노와 안타까움으로 전하며 그들을 외면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모왓의 주장은 그들의 문화와 생활방식을 존중해 그들 스스로 살 수 있게 돕자는 거였지, 자선사업 같은 구호활동이 아니었다.

캐나다 정부는 1950년대 들어서야 뒤늦게 관심을 갖고 이들을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켰지만, 그것은 이런저런 복지수당을 받아 겨우 목숨만 부지하는 생활의 시작이었다. 척박한 땅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았던 그들의 삶은 옛이야기가 되었다.

우리는 이와 비슷한 사례들을 알고 있다. 아메리카와 호주 대륙 원주민들도 같은 운명을 겪었다. 그건 모왓의 말대로 '문명이 저지른 범죄'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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