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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리포트] 미군내 이슬람 병사를 보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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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리포트] 미군내 이슬람 병사를 보듬어라

입력
2009.11.22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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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텍사스 포트 후드 미군기지에서 총기난사로 13명의 목숨을 빼앗은 니달 말리크 하산 소령의 범행에 대한 의회 청문회가 한창이다.

논점은 그의 범행이 '테러'인가, 정치적 동기가 결부되지 않은 '광란의 살해극'인가에 집중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의회의 시각은 크게 대비된다. 정부는 테러조직이나 국가가 개입되지 않는 한 테러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고, 의회는 범행의 수법이 아닌 동기가 판단의 기준이 돼야 한다며 테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난주 청문회에 나온 5명의 증인 중 3명은 테러행위라고 증언한 반면, 두 명은 법의 판단에 맡긴다고 했다. 일반 여론도 절반 정도로 갈려 있다.

미 정부의 입장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테러에 대한 불안심리 확산을 원치 않는 것이 주된 이유지만, 또 다른 중요 고려사항은 미군 내 이슬람 병사들이다. 테러로 규정지을 경우 이슬람 병사들은 하산 소령과 같은 '잠재적 테러리스트'라는 멍에를 짊어질 수 밖에 없고, 이는 '테러와의 전쟁' 수행에 직접적 타격이다.

9ㆍ11 테러 이후 미군 내 이슬람 병사들은 크게 늘었다. 이슬람권 테러리스트들과의 전쟁을 위해서는 이슬람을 잘 아는 병사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강력히 독려한 때문이다. 140만명의 미 현역 군인 중 자신을 이슬람이라고 밝힌 병사는 3,500명 정도이다. 당초 기대대로 이슬람 병사들은 미군과 현지 이슬람을 연결하는 교량 역할에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언어소통은 물론, 문화적 이질감이나 주민과의 갈등 해소 등에 이들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납치된 미군의 석방교섭이나, 의료ㆍ구호사업 등 인도적 임무 수행에도 이들은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미군내 환경도 크게 달라졌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최근 라마단 금식이나 하루 다섯번의 기도, 돼지고기를 안 먹는 것 등의 종교적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군 당국이 충분히 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버지니아주의 콴타코 해병기지에서는 2005년부터 모스크에서의 예배가 이뤄지고 있다.

정작 이들에겐 같은 무슬림이 보내는 차가운 시선이 고통을 준다. 아프간전,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많은 무슬림들은 이들을 '배신자'라고 비난한다. 가족들에 대한 보복이 두려워 입대를 꺼리기도 한다.

그래서 미국 내에선 생명을 무릅쓰고 전장에 나선 많은 이슬람 병사들에게 '주홍글씨'의 낙인을 찍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군 내 이슬람은 가장 약하고 민감한 고리라는 점에서'하산 총격'은 미국을 더욱 아프게 하는 사건이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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