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인 미성년자가 부모의 동의 없이 가해자를 처벌하지 말아 달라는 의사 표시를 했더라도 유효한 의사 표시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19일 여자 청소년 2명을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처벌법 및 청소년성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최모(19)씨와 차모(21)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14세 청소년을 성폭행한 혐의에 대한 공소를 기각하고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만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3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용훈 대법원장을 비롯한 12명의 대법관은 "피해자에게 의사 능력이 있다면 소송 능력도 있다고 봐야 하므로 단독으로 가해자의 처벌 여부에 대한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며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영란 대법관은 "피해자의 의사 능력이 불완전해 법에 명문 규정이 없더라도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도록 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최씨 등은 지난해 6~8월 A(14)양과 B(12)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1심 재판 도중 A양한테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받아냈다. 1심은 "미성년자인 A양이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았어야 했다"며 합의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공소사실 전체를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피해자 본인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을 명시적인 소송행위로 인정해 A양에 대한 성폭행 혐의는 공소기각 판결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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