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의 환경부 장관이 자신을 상대로 한 친자확인소송 1심에서 패소한 사실(본보 17일자 10면)이 알려진 뒤 이 장관의 부적절한 처신과 대응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선 장관직 사퇴까지 요구하는 등 고위공직자로서 자격시비로까지 논란이 번지고 있다.
이 장관은 18일 국회에서 "20대 총각시절에 있었던 부적절한 일"이라며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서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장관은 '35년 전 일'이고, '사생활'의 영역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장관직 수행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듯했다.
하지만, 논란의 초점은 단지 '35년 전의 사생활'에 맞춰져 있지 않다. 오히려 장관이 된 뒤 이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미온적이고 석연찮은 대응태도에 비판의 초점이 맞춰지는 양상이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국민들의 말초적 관심을 자극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전제한 뒤 "친자식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생활비조차 대주지 않는 그런 모습이 장관이 취할 태도는 아니지 않은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우 대변인은 "이 장관에게 거취를 결정해야 되겠다는 말씀을 정중하게 충고한다"고 밝혔다.
여당인 한나라당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19일 평화방송 시사프로그램에 출연, "많은 사람들이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최근 대응이 이뤄진 것 같다"며 "(거취에 대해) 결단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관이 된 뒤에는 공인의 자격으로 일을 수행하는 것이므로 사실이 아니면 아닌 대로 떳떳하게 그런 것(친자확인을 위한 DNA검사)에 응하는 게 적절한 처신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장관이 친자관계를 부인하며 유전자 검사에 응하지 않은 점을 꼬집은 것이다. 설사 '35년 전의 일'은 사생활로 용인될 수 있다 하더라도, 현재 진행 중인 소송과 그 소송에 이르기까지의 대응과정은 고위 공직자로서 상식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태도라는 지적들이다.
이러한 사정들을 감안할 때 '공인이라도 사생활은 보호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이 장관의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도덕성과 관련 있는 이번 사안이 이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앞서 알려졌다면 당연히 문제가 됐을 것"이라며 "공직자에 대한 도덕성 문제는 사생활로 보호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사는 "법적으로 보호 받을 수 있는 사생활은 해당 사안과 업무연관성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즉, 도덕성이 장관 업무와 무관하다고 생각하거나, 이번 사안이 도덕성과 무관하다고 판단된다면 문제 삼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장관의 당초 해명 역시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이 장관은 이번 사안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 본보와의 통화에서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35년 전)에는 (상대방이) 아들이라고 한 것 같은데 이번에는 딸이라는 것 같다"며 애매한 태도를 보이다, 보도 이후에는 "친자가 아니기 때문에 항소했다"고 강한 입장을 보였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 내달 항소심… 이만의 장관 DNA 검사 응할까
30대 여성이 이만의 환경부 장관을 상대로 낸 친자확인 소송은 이 장관이 1심 패소 이후 즉각 항소해 현재 서울가정법원 항소심 재판부에 계류 중이다.
가사사건의 경우 기록 검토와 원고 및 피고의 답변서 등 서류 제출기간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항소 후 재판이 열리기까지 두 달 정도가 걸린다. 따라서 이르면 다음달 항소심 첫 재판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1심 재판부가 기록과 진술을 통해서만 사실관계을 파악해 선고를 내린 만큼,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이 장관의 거부로 이뤄지지 못한 유전자(DNA) 대조 검사를 다시 한번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이 "친딸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해 항소한 이상, 친자여부를 가장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유전자 검사에 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전자 검사의 경우 사설기관에 의뢰할 경우 24시간 만에 결과가 나오지만, 이번 사건처럼 양측의 주장이 강하게 대립될 때는 서울대 의과대학에 검사를 의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는 유전자검사 접수에 다소 시간이 소요돼 결과가 나오기까지 통상 한 달 정도 걸린다. 결국 이 장관이 유전자 검사에 응할 경우 이르면 내년 초 항소심 선고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항소심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면 소송이 취하돼 그 진실이 미궁에 빠질 수도 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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