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성 산은지주 회장이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인수 실패를 두고 "아주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아쉬움을 토로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민 회장이 인터뷰에서 "(산은이 인수했다면) 리먼이 그렇게 순식간에 파산하는 것은 면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고 18일 보도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9월 10일 리먼에 주당 6.4달러의 인수 가격을 제시한 후 거절당하자 협상을 중단했다. 이후 5일이 지나 리먼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접고 파산했다.
민 회장은 "리처드 풀드 당시 리먼 회장이 주당 17.5달러를 요구했다"면서 "9달러까지는 올릴 계획이 있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리먼이 파산하고 세계적 금융위기가 닥치자 민 회장은 국회에 불려가 리먼을 인수하려 했던 것에 대해 추궁을 당했다. 민 회장은 "가장 후회하는 것은 당시 구체적인 협상 조건을 국내 주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라면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좀 더 많은 지지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산업은행은 리먼을 우량 자산과 불량 자산으로 분리해 우량 자산만 인수할 계획이었으며, 인수 집행 시기는 6개월 후로 예정돼 있었다고 민 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당시 많은 한국인들의 우려와 달리 나는 부실자산을 인수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리먼 파산 후 유럽과 아시아의 리먼 지부를 인수한 일본의 노무라는 올해 3월 31일 종료된 2008 회계연도에 7,090억엔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중 2,300억엔이 리먼과 관련된 것이어서 당시만 해도 '리먼의 저주를 받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지만, 올해 2ㆍ4분기(7~9월)에는 반대로 해외 부문에서 큰 매출을 기록하며 277억엔의 순익을 기록, 인수 1년 만에 짭짤한 이익을 거뒀다.
하이자산운용의 운용팀장 크리스천 진은 "리먼을 인수했다면 산업은행이 세계적으로나 적어도 아시아에서라도 명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면서 "산업은행의 사례는 좋은 기회를 알아보고 분석하는 능력이나 결단력이 부족한 국내 은행들의 문제를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근 인터뷰에서 국내 한 금융지주 회장은 "노무라도 리먼의 아시아, 유럽 부문만을 인수했다"며 "리먼은 통째로 경영하기에는 너무 컸다(Too big to manage)"고 평가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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