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한국인 사망 원인 1위에 올라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암 환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암 환자 수는 1998년 108.6명에서 2007년 137.5명으로 늘어났다. 당뇨병과 간 질환 등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암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암 통계 사업 시작 연도인 93년부터 2005년까지 5년 간 암 생존율을 보면 11% 포인트(41.2%→52.2%)나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암 환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생존율도 함께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암 치료의 목적은 '생존'이 아니라 '치료 후 삶의 질 향상'이 되고 있다. 필자의 경험은 이런 사실을 웅변해 주고 있다. 두경부암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고 완치된 한 환자는 "선생님, 제가 조금 일찍 암에 걸려 최첨단 방사선 치료 기기의 혜택을 받지 못했으면 암 완치는 둘째 치고 침이 안 나와 정말 힘들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두경부암은 고선량 방사선을 쪼여야 하는데 과거 기기는 이 때문에 침샘이 파괴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에 나온 기기는 치료 후에도 구강 건조증을 유발하지 않는다. 환자들은 편안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비인두암 3기의 한 환자는 '치료 과정이 힘들지 않냐'는 주변의 질문에 "아주 편한 상태에서 치료받았다. 솔직히 말해 치료 중 살짝 졸았다. 지금 이 정도라면 얼마든지 치료받을 수 있다"고 만족해 했다.
비인두는 코 뒤의 구인두와 뇌기저 사이에 있는 조직. 이 부분에 암이 생기면 코와 귀 막힘, 두통, 청력 감퇴 등으로 생활의 불편을 느껴 삶의 질이 떨어진다. 그런데 부위상 이 암은 수술로 제거하기 힘들다. 하지만 최첨단 방사선 치료 기기로 이 암의 치료도 가능하게 해 줬다.
사실 그동안 의료 기기의 발전은 눈부셨다. 예를 들어 토모테라피는 최첨단 방사선 치료법인 세기조절방사선치료(IMRT)와 영상유도방사선치료(IGRT)가 가능한 기기다. 따라서 불규칙한 모양의 종양에 맞게 방사선을 쬐는 형태와 양을 조절할 수 있다. 게다가 컴퓨터단층촬영(CT) 기능도 추가돼 치료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에는 방사선 치료 전후에 별도의 CT를 촬영해 비교해야 했다.
방사선 치료 기기만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 수술법도 날마다 진화하고 있고 신약 개발도 활발하다.
이제 암은 생존의 문제가 아니다. 선택의 문제다. 다양한 치료법 중 어느 것을 골라야 환자가 가장 놓은 수준의 삶을 보장받는가를 결정해야 하는 질환이 됐다. 환자에겐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 기쁜 소식을 부여잡고 끝까지 희망의 끈을 팽팽히 죄야 한다.
금기창 (세브란스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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