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학문영역을 접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전공분야를 찾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자유전공학부가 상당수 대학에서 그 목적과 달리 운영되고 있어 학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나 국가고시 준비 위주의 커리큘럼, 학교행사나 동아리 활동 등과 관련한 소속감 부족 등이 핵심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들은 각 대학들이 최근 1~2년 사이에 로스쿨 도입과 약학대학 6년제 전환 등으로 줄어든 학부 모집정원을 채우기 위해 '자유전공학부'를 급조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바이다. 올해에만 전국 46개 대학이 자유전공학부 단위로 학생을 선발했다.
몇몇 대학은 자유전공학부를 사실상 국가고시 준비반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외대의 경우 자유전공학부 교과과정이 사회과학(정치ㆍ행정ㆍ언론ㆍ법ㆍ경제) 5개 분야로 한정돼 있고, 공직적격성평가(PSAT) 강좌도 1학년 때 필수로 들어야 한다.
경희대도 학부 내 글로벌리더ㆍ글로벌비즈니스ㆍ컨버전스사이언스 세 과정 중 하나를 선택해 수업을 듣게 된다. 글로벌리더 과정은 법학, 정치학, 사회학 등 법학전문대학원을 가려는 학생들에게 맞춰져 있고 글로벌비즈니스 과정은 인기학과인 경영학과 과목에 치우쳐 있다.
폭넓은 학문의 기회라기 보다는 취업에 유리한 커리큘럼으로 짜여있는 셈이다. 건국대도 글로벌리더 양성과정과 공공인재 양성과정으로 나뉘어 있는데, 사실상 법학전문대학원과 국가고시 준비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자유전공학부로 학생을 선발했던 중앙대는 올해 공공인재학부로 통합해 행정학(국가고시 지원)과 정책학(법학전문대학원 대비)으로 각각 나눠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전공학부로 입학하더라도 결국 주전공을 선택하거나, 복수전공을 택하는 것이 대세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1학년 때만 자유전공학부를 운영하고 2학년부터는 개별 전공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성균관대도 2학년부터 복수전공을 의무화하고 있다. 성균관대 자유전공학부 박모(19)씨는 "행정고시나 로스쿨 진학에 뜻이 없는 사람들은 복수전공을 통해 다른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세대 자유전공학부 김모(20)씨는 "일단 점수에 맞춰서 자유전공학부를 택했지만, 결국 2학년 때 경영학과로 가기 위한 방편"이라고 말했다.
학사학위 명칭도 애매모호하다. 졸업장에'자유전공학사(문학사)'(성균관대), '사회과학학사'(한국외대), '자유전공학부(주전공)'(고려대), '공공인재학부(정책학사)'(중앙대),'학생설계전공'(서울대) 등으로 표기된다.
중앙대 자유전공학부 이모(20)씨는 "일부 기업의 경우 경영계열 등을 선호하는데 비슷한 과목을 들었다 하더라도 '공공인재학부'라는 이름 때문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자유전공학부의 성격이 애매해지면서 1년 만에 인기도 시들해졌다. 지난해 수시2차 전형에서 높은 경쟁률(인문 11.9 대 1, 자연 7.64 대 1)을 보였던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올해 경쟁률(인문 9.29 대 1, 자연 6.29 대 1)이 다소 떨어졌다.
고려대 자유전공학부는 지난해 예상합격점수 배치표에서 최상위인 기존 법대의 위치였지만 올해는 경영대, 미디어학부와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졌다. 입시 전문가들은 "자유전공학부가 특별한 이점이 없고 소속감도 떨어지는 등 문제점이 드러나 선호도가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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