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어 가장 많은 병력인 9,000명을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한 영국이 철군을 포함한 본격적인 '출구전략(Exit strategy)'시행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18일 AP통신과 영국 언론에 따르면 데이비드 밀리반드 영국 외무장관은 17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의에 참석해 "아프간 전쟁의 진정한 종결은 새롭게 구성되는 아프간 내각에 탈레반 지도자들을 참여시켜야 이뤄진다"고 밝혔다. 밀리반드 장관은 이어"탈레반 대다수는 지하드(성전)와 상관이 없는 만큼 이들을 설득해 싸움을 멈추고 아프간 정부를 돕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탈레반을 향한 강도 높은 회유책을 내놨다.
그는 또한 "아프간 전쟁은 분명히 끝이 있으며 우리는 영국군을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오길 누구보다 원한다"며 "군사 전략만큼 정치적 전략도 전쟁의 승리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덧붙였다.
밀리반드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군사적'인 방법에 치중하기보다 탈레반을 아프간 정부로 끌어들여 전쟁을 '정치적'으로 종결시켜, 하루빨리 아프간에서 발을 빼고 싶어 하는 영국 정부의 희망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은 올해에만 97명의 병사를 아프간에서 잃었다. 이에 따라 집권 노동당은 대대적인 반전 여론에 시달려왔다. 영 일간 가디언은 18일 자 사설에서 "아프간 철군은 진흙탕에서 벗어나는 또 다른 방법이 될 것이다"며 정부의 출구전략 방침에 적극 호응했다.
한편 AP통신은 "밀리반드 장관에 앞서 브라운 총리가 사실상 출구전략에 착수했음을 넌지시 밝혔다"며 전쟁에 물린 영국의 아프간 철군이 점차 구체화하고 있음을 보도했다. 브라운 총리는 16일 연례 외교 안보 연설에서 "아프간 일부 지역의 통제권을 2010년부터 아프간 정부에 넘기기를 희망한다"며 "통제권 이양의 구체 일정을 내년 1월 런던에서 열리는 NATO 회의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운 총리는 이에 앞서 한 라디오 방송에서도 "아프간의 치안 유지가 자율적으로 작동되면 철군을 시작하겠다"며 출구전략 시행을 분명히 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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