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아이를 재울 때 불러 주는 동요다. 서너 번 불러도 잠이 들지 않으면 이 노래를 이야기로 바꾼다.
"옛날에 토끼 한 마리가 달나라에 살고 있었어요. 배가 고픈 토끼는 나무 옆에서 방아를 찧어 떡을 만들었어요…."
매번 스토리가 달라지는 얼토당토않은 즉흥 동화지만 아이는 꽤 진지하게 듣는다. 그러다 어느새 눈이 스르르 감긴다. 이 덕분인지 아이에게 "토끼 어디 살아"라고 물으면 "다(달)"라는 대답이 돌아오기도 한다.
지구 밖에도 생명체가 존재할까 하는 의문은 인류의 오랜 호기심이다. 특히 지구와 가장 가까운 달에 대해선 더 관심을 가졌다. 오죽하면 동요에 나무와 토끼가 등장했을까.
달 탐사 위성 엘크로스(LCROSS)가 달 표면에 충돌하면서 발생한 파편과 충돌한 분화구 안쪽에서 얼음 덩어리들이 관측됐다. 달에 물이 있다면 미세한 생명체라도 존재하지 않을까 궁금해진다.
달 표면 온도는 극과 극이다. 태양이 비치는 곳은 100도가 넘지만 태양빛이 닿지 않는 곳은 영하 100도 아래다. 따라서 달 표면에 바로 마실 수 있는 액체 형태의 물이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뜻한 쪽에 일시적으로 물이 생겼다 해도 높은 온도 때문에 곧바로 수증기로 기화할 것이다. 달은 중력이 극히 낮아 지구처럼 수증기를 대기권에 붙들어 두지 못한다. 기화되자마자 우주 밖으로 날아가 버릴 거라는 얘기다.
달의 땅속은 어떨까. 지구에선 땅을 파고 깊이 들어갈수록 온도가 높아진다. 지열 때문이다. 지구 지열의 상당량은 방사성동위원소가 붕괴하면서 내는 에너지다. 이 에너지가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게 바로 화산이 분출할 때 나오는 마그마다.
달은 반대다. 내부로 들어가면 온도가 낮아진다. 에너지원인 햇볕이 지표에만 공급되기 때문이다. 반면 땅속의 자체 발열 요소는 없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달에는 방사성동위원소의 존재도 확실치 않고, 있다고 해도 단위면적당 양이 지구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CROSS의 이번 성과로 인류의 달 탐사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자장가를 불러 주면서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가 달에서 나무나 토끼까지는 아니더라도 미생물쯤은 발견됐으면 하는 생각을 해 봤다.
달 같은 극한 환경에서 생존할 정도면 과학적 산업적 가치가 엄청날 테니까.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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