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친이명박계 내부에서 세종시 문제로 박근혜 전 대표를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간 친이계 강경파가 박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던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물론 친이계_친박계 충돌이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긴 했지만, 박 전 대표에게 날을 세우지 말자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나오는 것은 눈길을 끈다.
친이계 진성호 의원은 18일 "2005년 세종시 관련법은 많은 진통 끝에 통과됐고, 한나라당은 당시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정권을 되찾았다"며 "어려운 시절에 당을 이끌었던 박 전 대표와 당시 지도부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진 의원은 이날 자신이 주최한 '세종시와 대한민국 상생을 위한 특강' 인사말을 통해 "세종시 관련법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당내에 있었던 일에 대해 책임 공방을 하는 것은 본질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나라당이 세종시 관련법에 합의하고 당론을 정한 과정 등을 두고 박 전 대표를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진 의원은 또 "세종시 문제가 계파 측면에서 다뤄지고 감성적 공방으로 흐르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2005년 위기의 한나라당이 진통 속에 이 문제에 대한 당론을 확정했듯이 이번에도 다시 한번 그 작업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이계 핵심인 김영우 의원도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2005년 당시에는 나름대로의 상황이 있었다"며 "세종시 문제를 두고 박 전 대표를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주의적 책임정치와 박 전 대표의 약속을 강조하는 신뢰정치는 둘 다 중요하다"며 "이를 조화시켜 절충점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친이계 내부에선 박 전 대표 비판을 삼가야 한다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박 전 대표 협조 없이는 세종시 수정 추진은 불가능하다는 현실 때문이다. 친이계 온건 성향 한 의원은 "계파간 파워게임 식으로 친박계를 공격하는 것은 세종시 수정 관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경파들이 최근 확전을 자제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가 작용한 때문이다. 그렇다고 박 전 대표의 원안 고수 입장에 변화가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친이계의 화합론은 주목해볼 일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