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는 이른바 '지방 영화'라는 게 있다. 서울 등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유난히 장사가 잘 되는 영화를 칭한다. 영화사들은 포스터를 따로 제작하는 등 각 지역에 맞는 각기 다른 마케팅 전략으로 관객들을 공략한다. 지역마다 고유의 전통이 있고 색깔이 있는데 영화 보는 취향이 '붕어빵'일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TV드라마도 다르지 않다. 40%를 웃도는 시청률로 '국민 드라마'라 불리는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도 어느 지역에서는 시청률 20%대의 찬밥 대우를 받는다. 반면 특정 지역에서 유독 강세를 나타내는 '지역 드라마'도 있기 마련이다. 시청률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가 2,35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지난 9~15일 시청률 자료를 돋보기 삼아 지역별 드라마 선호도를 들여다봤다.
대구는 '선덕여왕'을 사랑해
'선덕여왕'은 수도권(1,050가구)과 부산(250가구), 광주, 대전, 대구(이상 각 200가구) 등 전국 5대 지역에서 비교적 고른 사랑을 받았다. 그 중 가장 뜨거운 연정을 드러낸 곳은 대구다. 대구ㆍ경북지역이 드라마의 공간적 배경이 되어서일까, 46.2%로 전국 시청률(43.5%)보다 3%포인트 가량 높았다. 수도권도 45.7%로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부산(38.5%)과 대전(36.5%)은 상대적으로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조사대상이 100가구로 타 지역에 비해 적지만 전북 전주시의 '선덕여왕' 시청률 조사결과는 흥미롭다. 27.6%, 대구 시청률의 반토막 수준이다. 역시 조사대상이 100가구에 불과한 경남 마산시가 49%를 기록한 것과도 뚜렷하게 대비된다.
대구는 KBS2 수목드라마 '아이리스'에도 사랑을 쏟았다. 29.8%로 전국 시청률(28.4%)을 앞질렀다. 광주(25.9%)와 대전(24.9%)은 다소 낮은 시청률로 '아이리스'를 대했다.
부산은 '열혈장사꾼'에 환호
부산은 KBS2 주말드라마 '열혈장사꾼'을 좋아했다. 시청률 10.6%로 전국시청률(8.9%)보다 높은 지지를 보냈다. 광주(6.7%)와 대전(5.4%)에 비하면 눈에 띄는 시청률이다.
'선덕여왕'과 '아이리스'에 다소 무심한 반응을 보였던 대전은 SBS 아침드라마 '망설이지 마'(15.7%)에 호감을 드러냈다. 전국 시청률(11.6%)보다 4%포인트 넘는 애정지수를 기록했다. 광주는 SBS 주말드라마 '천만번 사랑해'(24.7%)와 MBC 주말드라마 '보석비빔밥'(19%)에 애정을 표시했다. 두 프로그램의 전국 시청률은 각각 20.7%, 15.7%였다.
광고 전략에 반영될 수도
드라마에 대한 취향은 이렇게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나지만 방송국들은 지역 차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아직은 '돈'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광고주들은 전국 시청률을 바탕으로 광고방송을 낼지 안 낼지를 결정한다. 방송사 입장에선 굳이 특정 지역의 시청률을 감안한 드라마 제작 전략을 짤 필요가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드라마의 지역색이 광고주에게 광고효과를 최대한 계산할 수 있는 주요 잣대의 하나로 등장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한국방송광고공사 김인섭 부장은 "최근엔 광고주들이 성별, 연령대별 시청률까지 감안해 광고 전략을 짜고 있다"며 "지역성까지 감안하는 전략이 안 나올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미개척지대이지만 앞으로 그곳에서 깨낼 자원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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