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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수능 선진화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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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수능 선진화 절실하다

입력
2009.11.19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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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창의 인재 육성'을 기본 방향으로 하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선진화 작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2월 중에 그 구체적 계획을 담은'2009 개정 교육과정'을 제시한다. 이미 윤곽이 드러난 교육과정 개정 방향과 연계하여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선진화 작업을 빠른 속도로 진행해야 한다. 대학 입시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돼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교육과정의 선진화는 곧 수능 선진화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정 교육과정안에 따르면, 공통 교육과정이 현행 10년에서 9년으로 조정되고 고교 3년 동안 모두 선택 교육과정이 적용된다. 따라서 고교 교육의 자율화, 다양화, 전문화, 특성화가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현행 수능은 그와 달리 획일화, 대중화, 표준화돼 있다.

예컨대 현행 수능은 획일적으로 1년에 1회만 시행되고, 출제 과목수가 51개나 되는 종합시험이다. 게다가 주어진 정답을 찾는 선택형 문항의 시험이며, 대학 진학 희망자는 모두 응시해야 하는 필수시험이다. 그래서 학교유형이나 설립 취지와 무관하게, 학생들은 획일적으로 수능 준비에 몰두해야 하는 상황이다.

개정 교육과정과 연계해 현행 수능을 선진화하려면,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첫째, 수능 출제 과목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 우리 현실에서는 일단 수능 출제과목이 되는 순간 해당 교과목의 교육활동은 수능 준비 교육으로 획일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교육활동의 자율화, 다양화를 위해서는 수능 출제과목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단위 학교 교육활동의 다양화, 전문화, 특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대학입시에서 수능 반영 비중을 줄이고 입학사정관제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둘째, 수능을 기초공통 시험과 주요 교과별 심화선택 시험으로 나눠야 한다. 앞으로 고교가 더욱 다양화하고 특성화할 것이므로 국가 수준에서는 국ㆍ수ㆍ영 위주의 기초공통 시험을 통해 학생들의 기초학습 능력을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기초공통 시험의 일정 수준이상 학생, 예를 들면 상위 25% 이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ㆍ수ㆍ영ㆍ사ㆍ과와 같은 주요 교과별 심화선택 시험을 통해 교육의 수월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수능에 서술형이나 논술형 등의 수행평가 문항을 포함시켜야 한다. 창의적이며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가진 세계 수준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선택형 문항 위주에서 벗어나 교육 선진국들처럼 서술형이나 논술형 수행평가 문항을 포함시켜야 한다.

넷째, 수능의 개인별 응시과목 수는 줄이고, 과목별 시험 시간은 늘려야 한다. 고교 교육의 전문화, 특성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참고로, 현행 탐구 영역의 경우 과목별 시험 시간은 30분이고 문항수도 선다형 문항 20개에 불과하다. 응시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제대로 평가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다섯째, 수능을 1년에 2회 이상 실시하고 점수 유효기간을 2년 이상으로 늘여야 한다. 수능과 같이 중요한 시험을 1년에 1회만 시행하는 것은 수험생들에게 매우 가혹한 처사다. 또 현행 수능은 시험의 유효기간을 1년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암기하는 재수ㆍ 삼수생을 양산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수능 출제 및 점수 활용 방식의 선진화를 통해 적극 해결해야 한다.

끝으로, 수능의 선진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우리 대학들이 우수 학생을 선발하는 경쟁에서 양성하는 경쟁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 입학이 곧 졸업이라는 잘못된 관행이 지속되지 않도록 학사관리를 엄정하게 해야 할 것이다.

백순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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