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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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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더 문'

입력
2009.11.19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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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영화에서 흔히 보는 현란한 컴퓨터 그래픽이 없다. 배우는 2명뿐이다. 그나마 1명은 목소리 연기다. 주인공의 회사 상사, 아내와 딸이 잠깐 등장하기는 한다. 촬영은 100% 세트에서 했고, 그것도 대부분 실내 장면이다. 제작비는 500만달러(60억원). 할리우드가 SF 대작에 1억 달러 이상을 쏟아붓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그런데, 놀랍다. 매우 독특하고 재미있고 의미심장하다. 참신한 시나리오, 훌륭한 연기, 짜임새 있는 연출 덕분이다.

'더 문'은 영국의 신인 감독 덩컨 존스의 장편 데뷔작이다. 직접 쓰고 연출했다. 이 영화는 올해 시체스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미술상을 받으며 무서운 신예의 탄생을 알렸다.

인류가 달 표면의 헬륨3을 에너지원으로 쓰는 가까운 미래, 우주비행사 샘은 에너지 기업 '루나 인더스트리'의 달 기지에서 3년 계약으로 혼자 근무 중이다. 인공지능 컴퓨터 거티를 말벗 삼아 외롭게 지내던 그는 2주 후면 지구로 돌아가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만날 기대에 부풀지만, 달 자동차로 순찰을 나갔다가 충돌 사고를 당해 정신을 잃는다. 깨어나 보니 어떻게 기지로 돌아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경위를 알아보려고 밖으로 나간 샘은 사고 현장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또 다른 샘을 발견하고 놀란다. 어찌 된 일일까.

두 명의 샘이 등장하면서부터 영화는 미스터리로 빠져든다. 거기엔 인간, 더 정확히는 자본의 탐욕이 만들어낸 어둡고 추한 비밀이 숨어 있다. 두 명의 샘이 자신들의 정체를 깨닫는 순간, 그들이 느끼는 충격과 슬픔은 인간의 윤리 의식에 강력한 질문을 던진다. 기술의 진보, 생명과학, 인권 등 많은 것을 생각케 하는, 진지한 문제 제기다.

주연 배우 샘 락웰은 두 명의 샘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초반의 외로움과 무료함부터 중반 이후 분노와 슬픔까지 다양한 감정을 절실하게 표현했다. 그의 유일한 동료이자 친구인 컴퓨터 거티 역을 맡은 케빈 스페이시는 감정 변화가 없으면서도 따스함이 묻어나는 목소리 연기로 영화를 튼튼하게 받쳤다.

덩컨 존스 감독은 영국 팝스타 데이비드 보위의 아들이다. 한국어를 배울 만큼 한국에 관심이 많고 박찬욱 감독의 팬이라는 그는 영화 속의 달 기지 이름을 '사랑'이라고 지었다. 기지 내부와 비품에는 한글로 '사랑'이 표기돼 있다. 극중 에너지 기업도 한국과 미국 합작회사로 설정돼 주인공의 작업복 견장에는 태극기가 성조기와 나란히 박혀 있다. 26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 가.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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